3년만에 백악관 출입기자단 만찬 열려…트럼프·푸틴 겨냥 가시돋친 농담도
바이든, 우크라 전쟁 취재 기자에 찬사…"자유언론 역할 중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팬데믹 이후 처음 열린 백악관 출입기자단(WHCA) 만찬에서 우크라이나 사태를 취재하는 언론에 찬사를 보내며 "허위정보와 싸우는 자유 언론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해선 까칠한 농담으로 '저격'했다.

1일 AP와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바이든 대통령은 2019년 이후 3년 만에 백악관 출입기자 만찬을 열었다.

백악관 기자단 만찬은 1924년부터 매년 4월 말 이어진 연례행사지만 2020년과 작년에는 코로나19 때문에 열리지 않았고 전임 트럼프 대통령은 언론과 불편한 관계로 임기 내내 참석하지 않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자신의 낮은 지지율을 빗대 "미국에서 나보다 지지율이 낮은 유일한 집단(언론인)과 오늘 밤 함께하게 돼 정말 기쁘다"는 농담으로 연설을 시작했다.

이어 그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취재하는 기자들에게 감사를 표한 뒤 전쟁에 맞서기 위한 국가적 통합을 요청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허위정보가 엄청나게 증가하면서 우리 민주주의에 독이 되고 있다"며 "자유 언론의 역할이 지난 세기보다 훨씬 더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해 러시아가 퍼트리는 가짜뉴스에 맞서는 서방 언론의 중요성을 언급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선 "내 전임자가 오늘 만찬에 왔다고 상상해보라. 이는 쿠데타가 일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대선에서 패한 후 '선거 사기'를 주장하며 국회 의사당 폭동을 선동한 것을 빗댄 농담이다.

또 "코로나19 때문에 오늘 밤 우리가 이 자리에 모이는 것에 대한 우려가 있다는 것을 안다"며 "하지만 오늘 우리는 미국이 팬데믹에서 벗어나고 있음을 보여주고자 여기 있다"고 말했다.

이어 "모두 백신을 접종했고 부스터 샷도 맞았다.

폭스뉴스 기자들도 여기에 있다"고 백신 접종에 반대해온 트럼프 지지자들과 보수 성향 언론 폭스뉴스를 비꼬기도 했다.

바이든, 우크라 전쟁 취재 기자에 찬사…"자유언론 역할 중요"
이날 만찬에는 기자들과 언론사 간부, 정부 당국자 외에 방송 진행자 겸 코미디언 트레버 노아, 배우 겸 모델 킴 카다시안, 코미디언 피트 데이비슨 등 연예인 등 2천600여명이 참석했다.

WHCA에 최초로 가입한 두 여성 흑인 기자와 우크라이나 사태를 취재하다 목숨을 잃은 종군기자를 기리는 슬라이드쇼도 마련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자신에 이어 발언하는 노아에게 푸틴 대통령의 언론 탄압을 겨냥해 "모스크바와는 달리 여기서는 대통령을 놀려도 감옥에 가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날 행사를 앞두고 바이든 대통령 주변 각료와 참모 중 코로나19 확진자가 늘어나면서 대통령의 참석 여부에 대한 전망이 엇갈렸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이 참석은 하되 식사는 하지 않는 것으로 조율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