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서 아들 데리러 왔다가 전쟁통에 결국 포기
[우크라 침공] "엄마가 새처럼 올 순 없단다"…전란에 생이별한 모자
나자리이(12)는 엄마가 차로 1시간30분 떨어진 곳까지 왔다는 소식에 들떴다.

그러나 결국 엄마는 아들이 있는 곳까지 올 수 없었다.

엄마가 다시 돌아갔다는 말을 듣고 이 소년은 몇 시간 동안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소년의 외할머니는 엄마를 지척에 두고도 만나지 못해 절망한 손자를 달래야 했다.

"엄마가 새처럼 날아서 올 수는 없단다"
2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나자리이의 엄마는 아들을 데리고 나오기 위해 폴란드에서 우크라이나로 입국했다.

포화를 뚫고 아들이 있는 마을에서 약 100㎞ 떨어진 자포라지까지 접근했지만 결국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7일 아들을 전란 속에 남겨두고 돌아와야 했던 우크라이나 여성 올레나 시로튜크(50) 씨의 안타까운 사연을 전했다.

그는 폴란드에서 기차를 타고 자포라지에 도착했지만 인근 지역에서 전투가 벌어지는 바람에 아들이 있는 노보드니프로브카까지 100㎞를 더 가지 못했다.

시로튜크 씨는 남편과 사별한 후 우크라이나를 떠나 2019년 폴란드 북서부의 마을의 게스트하우스에서 청소를 하며 생계를 책임졌다.

막내아들 나자리이는 우크라이나의 친정에서 맡아 키웠다고 한다.

지난달 24일 전쟁이 벌어진 후 나자리이가 전화로 러시아군의 탱크를 봤다고 말하자 시로튜크 씨는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사흘 뒤인 지난달 27일 그는 아들을 데려오기로 하고 우크라이나행 기차에 올랐다.

[우크라 침공] "엄마가 새처럼 올 순 없단다"…전란에 생이별한 모자
시로튜크 씨는 WSJ에 "친정엄마가 위험하다고 말렸지만 아이가 그곳(전쟁터)에 있었고 가야만 했다"면서 "그 순간에는 두려움 같은 건 없었다"고 말했다.

자포리자에 도착한 후 그는 아들에게 "다 잘 될 거야. 사랑해"라고 문자를 보냈다.

나자리이는 "나도 정말 사랑해요"라고 답했다.

그런데 몇 시간 후 다시 아들에게서 러시아군이 집에서 8㎞ 떨어진 다리를 날려버렸다는 문자를 받았다고 한다.

마음이 급해진 시로튜크 씨는 아들이 있는 곳으로 가려고 온종일 택시·버스를 수소문했지만 모두 운행을 거부했다.

그러다가 사기도 당했다.

한 남성이 차로 데려다주겠다며 100달러(약 12만원)를 받고서 나타나지 않았다.

그날 저녁 아들을 데리고 있는 친정엄마는 공습경보가 울린다면서 당장 대피해야 한다고 타일렀다.

우크라이나 군인 2명에게서 노보드니로브카까지 가는 길목이 되는 한 마을에서 격렬한 전투가 벌어졌다는 얘기를 들었다.

결국 방법이 없다고 판단한 그는 아들을 찾아가는 일을 포기해야 했다.

서부 도시 르비우에 도착한 시로튜크 씨 한 폴란드 자원봉사자의 도움을 받아 닷새만인 지난 3일 폴란드로 돌아왔다.

성인인 그의 큰아들은 총동원령에 응해 군에 징집돼 전장에 나갔고, 딸은 총동원령 탓에 우크라이나를 떠날 수 없는 남편과 지내고 있다.

전란 통에 2남1녀와 엄마가 모두 뿔뿔이 흩어져 버린 것이다.

폴란드로 돌아온 그는 아들을 포기했다는 생각에 깊은 죄책감에 빠져 일상을 제대로 보내지 못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하던 일도 제대로 할 수 없어 항불안제를 복용 중이다.

그는 현재 러시아군이 점령한 아들이 있는 지역처럼 진입이 어려운 곳에 가려면 최소 1천달러(약 123만원)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가능한 한 빨리 아들을 데리러 가려고 방법을 알아보고 있다고 이 신문에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