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 65세 연장, 국방·에너지 자립…재선 도전 佛마크롱 공약은
연임에 도전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자신을 정치적 위기로 몰아넣었던 연금 개혁 카드를 '온화한 버전'으로 다시 들고나왔다.

마크롱 대통령은 차기 대통령선거 1차 투표를 3주가량 앞둔 이날 오후 파리 외곽 오베르비이에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두 번째 임기를 위해 준비한 공약을 발표했다.

우선 노동 시장 개혁의 일환으로 법정 정년을 기존 62세에서 65세로 점진적으로 늘려 연금 수령 개시 연령을 늦추고 싶다며 2017년 제시한 연금개혁과 다르다고 설명했다.

그는 "고령화 사회에 살고 있기 때문에 일을 더 많이 하는 것이 정상"이라며 "거시경제 조건이 달라졌고 나 역시 교훈을 얻었기 때문에 2017년과는 다른 개혁을 원한다"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직종·직능별로 42개에 달하는 퇴직연금 체제를 단일 국가연금 체제로 전환하려다가 거센 반발에 직면했다.

결국 2019년 12월 총파업을 촉발했고, 노동계와 대화를 하던 중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퍼지면서 논의가 중단됐다.

임기 중 낮은 실업률을 치적으로 내세운 마크롱 대통령은 앞으로 5년 안에 완전 고용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노동시장을 단순하게 만들고, 실험보험을 개혁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아울러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일으킨 전쟁을 계기로 국방과 에너지 측면에서 프랑스가 자립할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고 강조했다.

유럽 차원에서 방위비를 늘리고, 신규 원자로 6기를 건설하고 해상 풍력 발전에 투자하면서 외국에서 수입해야 하는 에너지를 줄여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에너지 부문을 통제할 필요가 있다"며 기업 이름은 언급하지 않은 채 몇몇 주체들로부터 자본 통제권을 되찾아와야 한다고 밝혔다.

마크롱 대통령은 또 기업이 창출하는 부가가치에 매기는 세금을 인하하고, 자영업자가 안고 있는 사회보험 부담을 줄이겠다고 약속했다.

이 밖에도 TV 수신료를 폐지하고, 상속세를 감면하는 등 프랑스인들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겠다고 다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자신의 공약 이행에는 연간 500억유로(약 67조원)가 들어가고, 150억유로(약 20조원)의 세금 감면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마크롱 대통령은 1차 투표에서 가장 높은 지지율로 결선에 진출하고, 결선에서도 1위를 한다는 시나리오가 지배적이다.

유력한 경쟁 후보로는 2017년 결선에서 맞붙었던 극우 성향의 마린 르펜 국민연합(RN) 대표가 있다.

또 다른 극우 성향의 대선 후보 에리크 제무르와 우파 공화당(LR) 대선 후보인 발레리 페크레스 일드프랑스 주지사가 그 뒤를 쫓고 있다.

좌파 진영에서는 후보가 난립해 그 누구도 결선에 진출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프랑스 대선은 4월 10일 1차 선거를 하고, 과반을 득표한 후보가 없으면 1위와 2위에 오른 후보끼리 4월 24일 결선에서 맞붙는 형식으로 치러진다.

프랑스가 현직 대통령에게 엘리제궁을 다시 내어준 준 것은 2002년 재선에 성공한 고(故) 자크 시라크 전 대통령이 마지막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