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공 당사자 지지할 경우 대미 외교전 명분 상실 우려
WSJ "시진핑 등 정치국 상무위원들 최근 대응 방안 논의"
러 지지하지만 속내 복잡한 중국…개전시 중대 선택기로
긴장 완화와 고조 사이를 급박하게 오가고 있는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중국의 고민도 깊어갈 것으로 보인다.

표면적으로 중국은 미국 등 서방발로 나오는 러시아의 침공 임박설을 '가짜뉴스'로 깎아내리면서 사태 해결을 위한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양보를 촉구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러시아 편에 선 모습이다.

왕원빈(汪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7일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이 지속적으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을 거론하는 데 대한 입장을 질문받자 "거짓 정보를 퍼뜨려 긴장을 조장하는 것은 우크라이나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미국이 러시아의 정당하고 합리적인 안보 문제상의 우려를 중시하고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핵심 주장인 '나토 동진 반대'를 받아들여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추진을 중단하라고 미국에 촉구하는 취지로 해석됐다.

지난 4일 열린 중·러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나토 확대 반대를 명시한 데 이어 전쟁을 막기 위해 미국이 러시아의 요구를 들어줄 것을 촉구한 셈이다.

그러나 중국의 속내는 복잡할 것으로 보인다.

공식적으로는 침공 계획을 부인하는 러시아와 보조를 맞추고 있지만 이미 조지아, 크림반도 등에서 군사행동에 나선 전력이 있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결국 침공의 길로 나아갈 경우 중국으로선 중대한 전략적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으로선 미국의 고강도 압박에 맞서 국제법과 유엔, 다자주의, 개별 국가 주권 존중 등을 강조해온 터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으로서 무력 침공에 '면죄부'를 주거나, 지지를 표명할 경우 국제무대에서의 대미 명분 싸움에서 상당한 손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는 이들이 적지 않다.

또 이미 러시아의 침공 시 시행할 고강도 제재를 준비한 미국이 러시아와 거래하는 국가까지 제재하는 '2차 제재'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교역 강화 등을 통해 경제적으로 러시아를 돕는 것에도 중국은 적지 않은 고민이 필요할 것으로 관측된다.

그렇다고 러시아를 외면하거나 남의 일 대하듯 하자니 미국에 맞서기 위해 그동안 심혈을 기울여 쌓은 러시아와의 전략적 협력관계가 훼손될 수 있다는 점이 중국의 우려로 보인다.

이번 사태와 관련, 러시아 쪽으로 몇 발 옮기긴 했지만 우크라이나와 긴밀히 진행해온 교역 및 군사협력 관계도 중국이 이번 사태가 파국으로 가지 않기를 바라는 이유 중 하나일 것으로 관측통들은 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 매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7일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이끄는 중국 지도부인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7명이 최근 대외활동을 중단한 가운데 진행 중인 집중 토론의 의제 중 하나가 우크라이나 문제라고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어떻게 하면 국익 훼손 없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위기에 대응할지를 놓고 비공개 토론을 벌였다는 것이다.

러 지지하지만 속내 복잡한 중국…개전시 중대 선택기로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