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막기 위한 제재안 마련을 궁리 중인 가운데 금융결제망인 스위프트(SWIFT·국제은행간통신협회) 차단이 강력한 '한방'으로 떠오르고 있다.

CNN은 26일(현지시간) "서방의 러시아 제재 방안 중 스위프트가 핵폭탄급 수단으로 불린다"며 이같이 분석했다.

미국 의회 의원들은 최근 러시아를 스위프트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거론하기 시작했다.

"러시아가 가장 우려하는 서방 '핵옵션'은 국제금융망 퇴출"
이에 대해 러시아 측은 스위프트에서 배제된다면 가스 등의 유럽 수출이 중단될 것이라고 경고하며 민감하게 반응한다.

니콜라이 주라블레프 러시아 상원의원은 최근 타스통신과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스위프트에서 차단되면 외화를 받지 못하게 된다.

그러면 바로 유럽 국가들도 우리의 가스와 석유, 금속 등을 받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위프트는 1만1천개가 넘는 전 세계 금융기관들이 안전하게 메시지와 결제 주문을 주고받기 위해 쓰는 전산망으로, 1973년 기존의 텔렉스를 대체해 만들어졌다.

마땅한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스위프트는 세계 금융에 필수적인 배관과 같은 역할을 한다.

이 때문에 러시아가 스위프트에서 쫓겨나게 되면 러시아와 해외의 금융기관 간 자금 송금이 거의 불가능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러시아 기업과 외국 고객사, 특히 미국 달러화로 러시아 석유나 가스를 구매하는 기업은 큰 타격을 받게 된다.

마리아 샤기나 핀란드 국제문제연구소 방문 교수는 스위프트 배제 조치는 모든 국제 송금을 중단시키고 러시아 통화 불안을 야기하며 대규모 자금 유출을 촉발할 것이라고 작년 논문에서 밝힌 바 있다.

러시아 재무장관을 지낸 알렉세이 쿠드린은 2014년 러시아가 스위프트에서 빠질 경우 해당 기간 국내총생산(GDP)이 5% 감소할 것으로 예측한 바 있다.

당시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으로 국제사회의 제재가 가해지고 있었다.

스위프트 관리 본부는 현재 벨기에에 있으며 중립적인 기구로서 EU 규정을 따르고 있다.

"러시아가 가장 우려하는 서방 '핵옵션'은 국제금융망 퇴출"
앞서 이란 은행들이 2012년 자국의 핵 개발을 이유로 EU의 제재를 받으면서 스위프트에서 빠진 바 있다.

샤기나 교수에 따르면 이란은 그로 인해 석유 수출액의 절반과 외환 거래액의 30%를 잃었다.

스위프트 본부는 26일 성명에서 "스위프트는 중립적인 글로벌 협력기구로서 구성원간 공동의 이익을 위해 운영된다"라며 "국가나 개별 기관 등에 제재를 가하는 모든 결정은 오직 관할 정부 기관이나 해당 입법기관에 달려 있다"고 밝혔다.

미국 동맹국 중에서 얼마나 많은 국가가 러시아에 대해 이 같은 조치를 하는 데 찬성할지는 알 수 없다고 CNN은 전했다.

미국과 독일은 러시아가 스위프트에서 배제되면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이들 국가의 은행들은 스위프트를 통해 러시아 은행과 가장 활발하게 거래하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도 최근 수년간 스위프트에서 배제되는 상황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해 왔다.

러시아는 2014년 크림반도 병합으로 국제사회 제재를 받게 된 이후 자체 결제 시스템인 SPFS를 구축했다.

러시아 중앙은행에 따르면 현재 400개 금융기관이 SPFS를 이용하고 있다.

20%의 국내 송금이 SPFS를 통해 이뤄지고 있지만 주중에만 운영되는 등 제한이 있다.

중국의 국제 결제 시스템인 CIPS도 스위프트의 대안이 될 수 있다.

러시아가 아예 암호화폐를 이용하는 카드를 선택할 수도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