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색 강한 학군서 금서 조치 잇따라…에트우드 '시녀이야기'에도 불똥

미국에서 공화당 등 보수 세력이 우세한 지역의 학교들이 인종 차별이나 성적 학대 등을 다룬 책을 금서로 지정하는 사례가 잇따르는 등 학교가 '문화전쟁'의 현장이 되고 있다고 영국 일간 더타임스가 19일 보도했다.

'문화전쟁' 한창인 미 교실…인종·성폭력 다룬 책 금지 논란
최근 문화전쟁이 전통주의자와 진보 어젠다를 추구하는 사람들 간의 대립으로 이어지면서 여성에 대한 폭력적 억압을 묘사한 소설로 유명 TV 시리즈로도 제작된 마거릿 애트우드(82)의 역작 '시녀 이야기'까지 금서가 되는 피해를 입고 있다.

그동안 학교에서의 문화전쟁은 사회 속에 인종주의가 깊이 뿌리박고 있다는 개념인 '비판적 인종 이론'을 교실에서 가르치는 문제를 놓고 벌어졌으나 최근에는 인기 있는 어린이 소설로까지 갈등이 확대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특히 2020년 5월 미니애폴리스에서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에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한 뒤 비판적 인종 이론을 교육하라는 요구가 거세지자 한편에서는 이에 반대하는 학부모 목소리도 커졌다.

펜실베이니아주의 한 학부모는 지난해 요크 카운티 교육위원회 회의에서 "내 딸이 백인이라는 것 때문에 죄책감을 느끼면서 크는 걸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2020년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지지표가 압도적이었던 부유한 지역인 이 카운티에서 이 논쟁은 비판적 인종 이론과 관련한 언급이 담긴 책의 사용을 금지하는 명령으로 이어졌다.

작년 10월에는 텍사스주 케이티 학군에서 학부모 400명의 청원으로 학교에서 인종차별적 학대를 당한 흑인 소년 2명의 경험을 그린 그래픽 소설가 제리 크래프트의 책 두 권이 금서로 지정됐다.

이 조치는 이후 뒤집혔지만, 비평가들은 정치인들의 압력을 받으면서 학군에서 검열행위가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성적 학대, 10대 임신, 약물 복용 같은 문제를 다룬 어린이 소설까지 금지되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버지니아주 스포트실배니어 카운티 교육위원회는 한 학부모가 성적소수자(LGBTQ)에 관한 우려를 제기한 뒤 도서관에서 '노골적인 성적 묘사'가 있는 책을 없애라고 지시했다.

한편, 노벨 문학상 단골 후보 중 한 명인 캐나다 출신 작가 에트우드가 쓴 '시녀 이야기'는 폭력과 성적인 내용으로 자주 논란이 되는 작품 중 하나로 꼽힌다.

애트우드는 이와 관련, AP 통신에 "당신이 작가이고 모두가 당신을 좋아한다면, 당신이 뭔가 잘못된 일을 하고 있거나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라며 "성경과 셰익스피어, 존 버니언, 바이런, 에밀리 브론테, 제임스 조이스 등과 같은 무리에 속해 행복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