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사협의회·대사관 간담회 "과학적 근거로 제한해야…아프리카 반한감정 우려"
남아공내 한국기업들, 국내 출입국 제한에 "비즈니스 차질" 불만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에 대한 한국내 입국 금지 연장으로 비즈니스에 차질이 생기고 현지에서 반한 감정까지 생길까 걱정됩니다.

"
17일(현지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경제중심 요하네스버그의 샌튼지구 내 한인식당에서 주남아공 한국대사관(대사 박철주)이 주최한 기업지원협의회에서 지상사 주재원들은 이같이 불만을 토론했다.

이 간담회 자리는 삼성·LG뿐 아니라 아프리카 관문인 남아공을 중심으로 대륙내에서 사업을 하는 중견기업, 종합상사 출신과 대사관 관계자 등 20여 명이 참석했다.

남아공은 지난 15일 오미크론 변이 진원지인 수도권 하우텡주에서 제4차 감염파동이 끝났다고 공식 발표했으며 요하네스버그도 하우텡에 있다.

전날 코로나19 확진자 대비 양성률은 10%까지 내려왔다.

남아공은 지난해 12월 기존 한국 내 입국 제한 조치에서 풀릴 예정이었으나 오미크론 변이 파동으로 실제 해제도 못 해 보고 다시 제한에 들어갔고 조치 자체도 오는 2월 3일까지 연장됐다.

한 대기업 임원은 "20명이 넘는 우리 주재원 중 매년 서너 명을 교체하는데 자가격리에 건강검진까지 하면 자그마치 20일의 업무 공백이 생긴다"면서 "화상으로 회의를 한다지만 소통이 쉽지 않다.

기본적으로 자가격리 10일은 가혹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연초에 영업을 잘해야 1분기가 잘되고 1분기를 잘해야 연간이 잘 되는데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면서 "그러잖아도 주한 남아공대사관에 비자를 신청해도 제대로 나오지도 않는 상황에서 아프리카 지역법인장이 제때 와야 하는데 감감하다"고 덧붙였다.

최근 부임한 다른 대기업 법인장도 지난해 7월 남아공 폭동 피해를 본 공장을 다시 세워서 하루라도 빨리 가동해야 하는데 기업활동에 어려움이 많다면서 "우리나라가 남아공과 주변 나라들에 불이익을 주고 있는데 다른 선진국처럼 과학적이고 논리적 근거에 기반해서 제한조치를 재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사관에 따르면 영국이 일찍이 지난해 12월 15일 남아공과 주변국에 대한 입국 제한을 완화한 것을 시작으로 캐나다(12월 19일), 미국(12월 31일), 독일(1월 4일), 이스라엘(1월 9일), 유럽연합(EU·1월 10일) 등이 속속 제한 조치를 풀었다.

부임한 지 2주 된 한 중견기업 주재원 S 차장도 "전기동(구리) 사업을 콩고와 하는데 국내 출장자 제약 때문에 손실이 크다"면서 "다른 선진국들과 비교해 우리만 불이익을 받는 것 같다.

격리조치를 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진윤석 지상사협의회장은 "한국 직원 2명이 10일간 격리를 하는 바람에 진작 지난 8일 들어왔어야 했는데 못 들어왔다"면서 자신도 건강 검진 등을 위해 귀국하려고 해도 격리기간이 너무 길어 못하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코트라(KOTRA) 요하네스버그 무역관(관장 손병일)도 이날 남아공발 입국자 격리에 따라 수출 애로사항이 크다고 밝혔다.

실제로 남아공 파이프 시스템 수입업체 P사 등은 바이어가 국내기업 공장 실사를 할 수 없어 수출 계약이 지연되는가 하면, 바코드 업체 D사의 경우 계약 마무리 단계에서 세부 기술 사양 등을 한국에서 대면 협의키로 했으나 바이어가 방한하지 못해 논의 자체가 중단됐다.

장선영 코트라 차장은 "바이어가 한국에 가지 못하는 것뿐 아니라 한국 기업도 출장에 대한 부담으로 남아공에 오지 못해 차량용 AV시스템 제조기업 O사와 드론제조업체 N사의 수출이 잇따라 지연됐다"고 전했다.

한국대사관은 남아공 정부가 입국제한 조치로 관광산업에 타격을 받은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다음달 3일 미국 등 오미크론 최대 발생국을 제외하고 아프리카 11개국에 대한 제한조치만 또 연장하는 차별적인 조처를 할 경우, 남아공 등에서 상응하는 보복 조치 및 반한 감정이 초래될 가능성 있다"고 우려했다.

박철주 대사는 "자칫 아프리카에서 한국의 이미지만 나빠질 수 있는 만큼 여러분의 중지를 모아 입국 제한 연장 조치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건의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