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영국서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회의 약 200개국 대표단 모여
북 대표단도 참석…석탄 규제에 "우리가 얼마나 탄소 배출한다고…"
[르포] 유럽, 남북한, 아프리카도…'기후변화 해결' 글래스고로 속속
기후변화라는 인류 공통의 문제를 해결할 시간이 많지 않다는 위기감에 팬데믹 중에도 세계인이 한 데 모였다.

31일(현지시간) 영국 글래스고에서 개막한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회의(COP26)는 이 문제를 둘러싼 세계인의 비상한 관심을 체감할 수 있는 현장이었다.

이 회의엔 120여개국 정상을 포함해 약 200개국에서 3만 명이 참가한다.

영국 북부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의 행사장에 모인 다양한 피부색과 복장의 참가자를 만나보니 기후변화가 세계 공통의 과제임이 비로소 실감 났다.

행사장 출입과 비표 발급 등을 위해 대기하는 데 앞에는 히잡(이슬람권에서 여성이 머리를 가리는 데 쓰는 스카프)을 쓴 참가자가 있고 옆에선 태국 참가자의 말소리가 들렸다.

영국에서 회의가 열리다 보니 유럽국가 출신으로 보이는 사람이 많은 편이었지만 아프리카 출신도 눈에 꽤 띄었다.

행사장 입구엔 여성 무슬림용 기도실 안내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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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대표단도 회의장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알파벳 순으로 자리가 배정되는 터라 공교롭게 한국 대표단의 바로 앞쪽 자리였다.

마침 사이 좌석이 비어있어서 한국 대표단 자리에서 회의 준비에 한창인 북한 대표의 뒷모습이 바로 보였다.

주영 북한대사관 소속 외교관은 "기후변화에 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으니 동향을 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북한의 주 수출품인 석탄과 관련 규제 강화로 영향이 없느냐고 묻자 "우리가 얼마나 (탄소를) 배출한다고…"라고 답했다.

북한에선 이번에 대사관에서 3명이 참석했다.

회의 개막을 앞두고 COP26에서 합의가 도출되기 쉽지 않겠다는 비관적인 전망과 지구의 미래를 결정하게 될 이번 회의에 대한 기대가 회의장을 교차했다.

코로나19 사태가 끝나지 않았지만 만나서 얼굴을 보고 대화해야 답이 나올 확률이 높다는 점에서 감염 위험을 감수하고 만나는 자리다.

방역 규정이 까다롭고 모두 마스크를 써야 하지만 대체로 잘 따랐다.

주제는 무거웠지만 모처럼 이런 대규모 국제 행사에서 세계인과 교류하게 됐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행사장의 온도는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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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장에서 만난 이들의 입장과 관심사는 다양했다.

독일 방송사 ARD의 편집기자는 "기후 변화 문제에 대한 시청자의 관심이 매우 높아서 매일 생방송을 한다"며 "그러나 독일에서도 모두 같은 의견인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9월 치러진 독일 총선에서 기후변화가 최대 변수가 된 의제라는 평가가 있을 정도지만 아우토반에서 계속 무제한으로 달리고 싶어하는 사람도 있다는 것이다.

선진국이 내기로 한 기후기금에 관해서도 역시 의견이 같은 건 아니라고 한다.

탄자니아 대표단의 알라위 스와베리 박사는 "우리는 가뭄이 늘어나는 등 기후변화로 피해를 보고 있다"며 "선진국이 기후기금을 내야 하며 이번에 협의가 잘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반면 주요 탄소배출 국가인 중국, 러시아의 정상은 아예 불참하고 인도도 반응이 시큰둥하다.

주요 20개국(G20) 정상은 30∼31일 로마에서 열린 회의에서 지구 온도 상승폭을 1.5℃로 제한한다는 큰 방침에는 뜻을 모았지만 세부 실행 방안에는 합의하지 못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한국도 COP26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새로운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소개하는 등 기후위기 대응 논의에 동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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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