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 최우선 핵심이익' 강조…"미국-대만 관계강화 속 '선넘지 말라' 경고"
미국에 '대만 레드라인' 경고?…중국 역대급 항공무력시위 주목
중국이 국경절(10월1일) 연휴를 맞아 연일 대만을 겨냥한 '역대급' 무력시위를 벌이면서 대만해협에 긴장의 파고가 높아지고 있다.

중국 인민해방군은 국경절 당일인 1일 군용기 38대를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 안으로 보낸 데 이어 2일과 3일에도 각각 39대와 16대의 군용기를 보냈다.

이어 4일에는 젠(殲·J)-16 전투기 38대와 수호이(蘇·SU)-30 전투기 2대, 윈(運·Y)-8 대잠초계기 2대, 쿵징(KJ)-500 조기경보기 2대, 훙(轟·H)-6 폭격기 12대 등 군용기 56대를 대만 ADIZ 내부로 진입시켰다.

사안은 즉각 미중 간의 신경전으로 연결됐다.

미국은 3일(현지시간)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중국의 도발적인 군사 활동을 매우 우려한다"며 "대만이 충분한 자위 능력을 유지하도록 계속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자 중국은 4일 화춘잉(華春瑩) 외교부 대변인의 기자 문답 형식으로 발표한 성명에서 "미국의 논평은 '하나의 중국' 원칙과 미중 3대 연합공보(미중 간 상호 불간섭과 대만 무기 수출 감축 등을 둘러싼 양국 간 합의)를 심각하게 위반한 것"이라며 "미국의 도발은 중미관계를 해치고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파괴하는 것으로, 중국은 단호히 반대하며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중국 관영 영자지인 글로벌타임스 온라인판은 4일 사설에서 중국군 전투기의 대대적인 대만 ADIZ 진입에 대해 "전쟁은 실제"라고 위협했다.

그러면서 "(대만 집권 민진당의) 분리세력에 대한 심각한 경고일 뿐만 아니라 대만해협 상황의 심각성을 명확히 보여준다"며 "전쟁이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위기감"을 거론했다.

이런 가운데 우자오셰(吳釗燮) 대만 외교부장은 4일 방영된 호주 공영 ABC 방송과의 사전 인터뷰에서 "만약 중국이 전쟁을 발발하면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에 '대만 레드라인' 경고?…중국 역대급 항공무력시위 주목
◇ 미중 전략 경쟁·기술 패권 경쟁 겹치며 높아지는 대만해협 긴장 수위
대만 상황은 양안(중국-대만) 관계와 미중 전략경쟁의 두 맥락에서 서서히 긴장 수위가 높아져 가는 양상이다.

대만 민진당 차이잉원(蔡英文) 정권은 독립을 노골적으로 표명하지는 않았지만 미국, 일본과의 관계를 강화하고 중국에는 각을 세우는 정책을 펴왔다.

특히 지난해 6월 중국이 홍콩 민주화 운동 세력에 족쇄를 채우는 '홍콩 국가보안법'을 통과시킨 이후 그 색깔을 더욱 분명히 하는 모습이다.

최근 정당간 교류를 명목으로 대만이 미국, 일본 정치인들과 화상으로 '안보대화'를 개최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런 조치들이 민진당 정권의 정치적 목적과 결부된 것인지 여부를 떠나 중국은 '대만 독립 기도'의 일환으로 의심하며 강하게 반발해왔다.

미국은 대 중국 견제 카드의 하나로 대만을 적극 활용하는 모양새다.

작년 대만을 향한 수십억 달러 규모의 무기 수출을 승인하고 해상 경비 협력 및 정보 공유를 강화하는 한편 대만해협에 정기적으로 해군 함정을 파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은 대만 방공식별구역에 지속적으로 전투기를 보내는 '무력시위'로 대응해왔는데, 이번에 하루 최대 56대까지 투입하며 압박의 강도를 확 높였다.

중국은 대만 문제를 '핵심이익' 중에서도 최우선으로 간주해왔다.

그런 터에 미중 '기술패권 경쟁'의 승패를 좌우할 반도체의 안정적 공급원으로서 대만이 갖는 가치가 급부상하는 상황까지 더해지자 중국은 대만 문제에서만큼은 '양보 없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 전문가 "미국에 레드라인 넘지말라" 신호…우선 미국의 駐대만 공관 명칭 변경여부 주목
전문가들은 일단 중국의 이번 무력시위가 당장 '행동'으로 옮기기 위한 준비 차원 보다는 대만과 미국에 보내는 메시지 측면에 주목하고 있다.

미중 전략경쟁 속에 대만이 갖는 군사전략적 가치는 미국에도 그렇지만 중국에도 결정적으로 커졌고, 자신을 마오쩌둥(毛澤東·1893∼1976), 덩샤오핑(鄧小平·1904∼1997)급 지도자 반열에 올리려 한다는 평가를 받는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이 대만 문제 해결을 임기중 최대 치적으로 삼으려 할 수 있다는 분석이 적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내년 2월 베이징동계올림픽을 앞둔 지금 미국 등 서방의 집단 보이콧을 불러올 것이 뻔한 군사행동에 나설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전제 아래, 중국이 대만과 미국 등 국제사회를 향해 대만 문제와 관련한 레드라인을 긋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대만과의 관계를 현 수준 이상으로 높이면 '하나의 중국' 원칙을 부정한 것으로 간주하고 초강경 대응하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일 수 있다는 얘기다.

베이징의 한 중국 전문가는 5일 최근 중국의 대만 대상 무력시위에 대해 "중국이 '현상 변경'을 유발하는 상황을 만들려는 것 같지는 않다"며 "대만 쌍십절(10월10일·대만의 건국기념일)을 앞두고 '중국의 힘'을 인상깊게 보여주려는 측면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전문가는 "최근 멍완저우(孟晩舟) 화웨이 부회장 석방을 계기로 미중이 대화 모드로 들어갈 것 같은 조짐이 있는 상황에서 대만 문제와 관련해 '레드라인을 넘지 말라'는 확고한 의지를 미국에 보여줌으로써 협상에서 우위를 선점하려는 전략적 의도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 국립외교원 김한권 교수는 "내년 제20차 중국 공산당 당대회에서 시진핑 주석의 주석직 3연임이 확정되기 전까지 주권과 영토, 통일에 관한 문제에서 중국은 강경한 입장을 취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대만, 홍콩, 신장(新疆) 문제에서 물러서지 않고 강경 대응하겠다는 메시지를 냈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전 트럼프 행정부때부터 현 바이든 행정부에 이르기까지 미국과 대만의 군사안보 협력 강도가 높아지고, 미국 의회는 그것을 법률적·제도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는데, 중국은 양측간 전략적·군사안보적 협력 강화가 용인할 수 없는 수준까지 이를 수 있다는 판단 아래 '선긋기'를 하려는 것 같다"고 부연했다.

다만 앞으로 미중이 대화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채 대만해협의 긴장 수위가 계속 높아질 경우 무력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으리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중국 관영 매체인 환구시보(環球時報)가 9월 14일자 사설에서 거론한 인민해방군 전투기의 대만 상공(영공) 비행이 다음 단계 중국의 대응이 될 수 있고, 거기서 더 상황이 악화할 경우 양안 사이에 있는 펑후(澎湖) 제도나 프라타스 군도(둥사군도·東沙群島) 등에서의 군사적인 분쟁이 상정 가능한 시나리오로 거론된다.

단기적으로 대만해협 상황의 '풍향계'는 미국의 대만 대표부 명칭 변경 여부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달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이 대만 대표부의 명칭을 '타이베이 경제·문화대표처'에서 '대만 대표처'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미국에 '대만 레드라인' 경고?…중국 역대급 항공무력시위 주목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