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형 전 주중대사는 3일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했더라도 핵보유국 지위를 부여해선 안 된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 전 대사는 3일 자 도쿄신문에 게재된 인터뷰에서 "북한이 핵폭탄을 수십 개 만들어도 절대 핵보유국으로 인정해선 안 된다"며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해도 다른 나라의 땅이나 돈을 빼앗을 수 없다는 점을 국제사회가 보여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1991년 남북한 유엔 동시 가입 당시 외교부 유엔과장으로 실무를 관장했던 이 전 대사는 남북한 유엔 가입 30주년을 맞아 인터뷰를 요청한 도쿄신문의 취재에 응했다.

그는 북한의 핵 개발을 어떻게 막을 수 있는지를 묻는 말에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한 지 28년이 됐다"고 언급한 뒤 "비핵화 협상이 쉽지 않은 일이지만 무력이 아닌 외교에 의한 평화적 해결이 전제가 된다"라고 답변했다.

이규형 전 주중대사 "북한 핵무기 가져도 핵보유국 인정 안 돼"
현재 삼성경제연구소 고문으로 활동하는 그는 미국 주도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제재를 달가워하지 않는 중국과 러시아가 국경을 거쳐 북한에 물자를 공급해 왔다며 두 나라의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을 거론했다.

그는 또 문재인 정부가 대화를 위해 북한에 인도적 지원을 제안하고 있지만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수용하지 않고 있다며, 김 위원장은 주민의 굶주림보다는 통치체제의 존속에 도움이 되는지를 우선하는 정책 판단을 한다고 말했다.

이 전 대사는 대(對)북한 외교 방향과 관련해선, 제재를 유지하는 등 현실적으로 접근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인터뷰에서 남북한이 유엔에 동시 가입한 경위를 소개했다.

이규형 전 주중대사 "북한 핵무기 가져도 핵보유국 인정 안 돼"
이 전 대사는 한국은 1948년 건국 이후 유엔 가입을 간절히 원하는 입장이었지만, 김일성 주석 체제의 북한은 남북한이 각각 가입할 경우 분단이 고착화한다는 이유로 동시 가입에 반대했다고 말했다.

그는 동서 냉전 중에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던 옛 소련이 한국의 가입을 4차례나 거부했던 상황에서 1990년 미하일 고르바초프 당시 대통령이 노태우 대통령과의 회담을 거쳐 한국 가입을 인정했고, 중국도 북한에 권유하는 상황이 되면서 동시 가입이 성사된 것이라고 회고했다.

그는 옛 소련과 중국이 남북한 유엔 가입을 지지했던 것은 자국의 경제발전을 위해 한국과의 관계 정상화를 원한 것이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이 전 대사는 한국은 유엔 가입 이후 30년간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을 2차례나 맡고 유엔 평화유지활동(PKO)에도 참여해 전 인류에 공헌한 나라가 됐다고 의의를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