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무부, 유보적 입장 거듭 확인…대사관 직원 등 철수위해 특별기 파견
"아프간인 대피에도 항공기 제공 용의…모든 아프간 정치세력 대화 지지"
러시아 "탈레반 아프간 장악 승인하는 성명 발표안했다"(종합2보)
러시아는 아직 탈레반이 권력을 장악한 아프가니스탄 정권 교체를 승인하는 어떠한 발표도 하지 않았다고 러시아 외무부가 19일(현지시간) 밝혔다.

리아노보스티 통신에 따르면 마리야 자하로바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아프가니스탄 사태와 관련해 논평하며 "러시아 공식 인사들은 아프간 권력 교체를 승인하는 어떠한 성명도 발표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는 "우리는 사실을 확인하고 있을 뿐이며 그렇게 하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러시아 측은 단지 탈레반이 아프간 수도 카불을 사실상 장악하고 난 뒤에 조성된 객관적 상황에 대한 평가를 하고 있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앞서 17일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무장조직 탈레반을 합법 정부로 인정하는 일을 서두르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와 전화통화를 하고 아프가니스탄 상황을 논의했다고 크렘린궁이 전했다.

이에 앞서 러시아는 아프가니스탄 주재 자국 대사관 직원 일부와 러시아 국적을 가진 아프간인들을 모스크바로 대피시키기 위해 조만간 특별기를 카불로 보낼 예정이라고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러시아 일간 이즈베스티야에 따르면 복수의 러시아와 아프가니스탄 외교 소식통은 "현재 항공편 운항 조율이 이루어지고 있다"면서 이달 하순 특별기 운항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최근 아프간에서 탈레반이 정권을 장악한 이후 러시아 국적을 가진 많은 아프간인이 항공권까지 구매해 러시아로 오려고 시도하고 있지만, 외부 지원 없이는 아프간을 벗어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소식통들은 소개했다.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러시아는 카불을 떠나려는 아프간인들을 대피시키는 데 자국 민간항공기를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 "탈레반 아프간 장악 승인하는 성명 발표안했다"(종합2보)
러시아는 많은 서방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탈레반을 테러단체로 지정하고 있으나 탈레반 지도부와는 접촉과 협상을 지속해 왔다.

이 때문에 탈레반도 러시아에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러시아는 카불 주재 대사관을 폐쇄하거나 인근 국가로 이전한 여러 국가와는 달리 여전히 현지에 자국 대사관을 유지하고 있다.

한편 러시아는 아프간의 모든 정치 세력이 참여하는 거국적 대화를 지지한다고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이날 밝혔다.

라브로프는 기자회견에서 "아프가니스탄 전역이 내전에 휩싸여 있을 때도 러시아는 아프간의 모든 분쟁 세력, 모든 인종·종교 집단이 참여하는 전(全) 민족 대화를 지지했다"면서 "탈레반이 사실상 카불과 다른 대다수 도시 및 주(州)들을 장악한 지금도 똑같이 대표 정부(임시 정부)를 구성할 전 민족 대화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족 대화를 통해 구성될 대표 정부가 아프가니스탄 국민의 지지를 받아 다민족 국가인 아프간의 최종 국가체제에 관한 합의를 도출해 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탈레반이 아프간 전역을 완전히 장악한 건 아니라면서 "탈레반에 저항하는 암룰라 살레 제1부통령과 아흐마드 마수드 등이 이끄는 세력이 집결한 (아프간 북동부) 판지시르 협곡 상황에 대한 보도들이 들어오고 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자하로바 외무부 대변인은 해외로 도주한 아슈라프 가니 전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이 자국 내 상황 전개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하로바는 "최근 아랍에미리트(UAE)에 있는 것으로 알려진 탈주한 가니 대통령이 지난 3년간 아프간 내 평화 정착 과정 성공과 모든 인종·종교 세력이 참여하는 통합정부의 순조로운 구성에 기여할 모든 가능성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라면서 "하지만 그는 그 기회를 놓쳤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