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시간호변의 국립사적지 겸 시민공원 '잭슨파크' 내 강행
시민 자산 사용·개발수익 분배·사적지 보존 등 관련 논란
오바마 기념관, 우여곡절 끝 4년 이상 늦게 시카고서 착공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기념관 건립 공사가 우여곡절 끝에 조용히 시작됐다.

오바마 재단은 15일(현지시간) 시카고 남부 미시간호변의 국립사적지 '잭슨파크'에 '오바마 대통령 센터'를 세우는 작업에 공식 착수했다고 시카고 언론과 ABC뉴스 등이 16일 보도했다.

ABC뉴스는 "도로에 통행 제한을 위한 구조물이 설치되고, 불도저가 8만㎡ 규모의 잭슨파크 일부를 파헤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백악관 선임고문을 지낸 밸러리 재럿(64) 오바마 재단 이사장은 "오바마 대통령 부부의 여정이 시작된 곳에 대통령 센터를 지을 수 있게 돼 무척 자랑스럽다"고 소감을 밝혔다.

재럿 이사장은 "우리는 미국의 첫 흑인 대통령 선출을 가능하게 한 여러 사람의 노력 위에 서 있다"면서 "시카고를 대통령 기념관 부지로 결정하면서 주민들에게 했던 약속을 지킬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오바마 센터 건립사업의 첫 작업은 시카고 남부의 '오아시스'로 불리는 유서 깊은 시민공원 잭슨파크 내 풋볼 구장을 해체하는 작업으로부터 시작됐다.

또 지역주민들이 애용해온 간선도로 코넬 드라이브 일부 구간이 영구 폐쇄되고, 또 일부는 6차선이 4차선으로 축소된다.

오바마 기념관, 우여곡절 끝 4년 이상 늦게 시카고서 착공
오바마는 대통령 재임 중이던 2015년 '정치적 고향' 시카고를 대통령 기념관 부지로 선정·발표했다.

2017년 퇴임 직후 착공해 2020년 또는 2021년 개관한다는 계획이었다.

이 계획은 오바마 행정부 초대 비서실장을 지낸 람 이매뉴얼 전 시카고 시장(현 주일대사)과 민주계가 주도권을 쥔 일리노이 주의회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했다.

그러나 오바마 측이 설계안을 대대적으로 변경하고 오바마 센터를 역대 대통령 기념관과 달리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RA) 시스템에 속하지 않은 개인시설로 지어 독자적으로 관리·운영하기로 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시민단체의 측의 "시민 자산을 비정부 민간단체 오바마 재단에 넘길 수 없다"는 소송, 개발수익 분배를 둘러싼 오바마 측과 지역사회의 갈등, 젠트리피케이션 우려, 국립사적지 보존법 및 국가 환경정책법 위반 가능성이 제기됐고, "오바마 센터가 역사적 기대를 외면하고 사회적으로 퇴행적인 아이디어에 따라 조성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좌초 위기까지 갔던 오바마 센터 건립 사업은 결국 조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서고 나서야 다시 추진되기 시작했다.

결국, 부지 발표로부터 6년 3개월, 착공 예정 시기에서 4년 6개월이나 지나 공사가 시작된 셈이다.

하지만 지금도 문제는 다 해결되지 않았다.

시민단체가 제기한 일부 소송에 대해 법원이 기각 판결을 내렸으나 일부는 아직 진행 중이다.

오바마 센터는 박물관·공립 도서관·스포츠 센터, 공연장·야외 레크리에이션 구역·실험 주방 등으로 구성되며, 옆에는 특급 골프장도 조성될 예정이다.

기존 대통령 기념관에서 중심을 차지하는 대통령 재임 기간 기록물은 디지털 형식으로 제공된다.

오바마 재단은 기념관 건설사업 예산을 5억 달러(약 6천억 원)로 책정했으며 인근 도로 재정비 비용 1억7천500만 달러(약 2천억 원) 등은 일리노이주가 부담한다.

또 시카고 시는 국립사적지인 부지를 99년간 단돈 10달러(약 1만 원)에 제공한다.

오바마 재단은 "착공 기념행사는 올가을에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