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2018년 부통령 시절 관련…'부패에 소극적 저항했다' 해명에 비판도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 반부패조사위 두번째 출석 증언

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이 11∼12일(현지시간) 이틀에 걸쳐 반부패 사법조사위원회에 출석해 자신의 부통령 시절(2014∼18년) 국정농단 상황에 대해 증언했다.

라마포사 대통령은 앞서 지난 4월에도 레이먼드 존도 헌법재판소 부소장이 이끄는 일명 '존도' 사법조사위원회에 출석한 바 있다.

그때는 집권당 아프리카민족회의(ANC) 대표 자격으로 출석했고 이번에는 대통령 자격으로 나와 각각 8시간, 7시간에 걸쳐 청문에 응했다.

비즈니스라이브 등 현지매체와 외신에 따르면 라마포사 대통령은 전임자인 제이콥 주마 대통령 재임(2009∼2018년) 기간 자신이 '넘버 2' 부통령으로 있으면서 왜 여권에 만연한 부패를 제대로 견제하지 않았는지에 대해 해명했다.

그는 만약 자신이 임명권자인 주마 당시 대통령에게 노골적으로 저항했더라면 부통령직에서 해임됐을 것이고 이는 오히려 견제 세력 없이 정부 내 부패를 더 조장하는 상황을 만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헌법전문가 등은 그가 저항의 표시로 사임했더라면 오히려 더 많은 지지를 받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인도계 재벌 굽타 가문과 주마 정권과의 정경유착에 대해서도 언론보도를 통해서야 알았다고 덧붙였다.

자신도 굽타 가문 형제들과 만난 적이 있지만 주마 당시 대통령과 친구 정도인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당 인사추천위원장으로서 굽타 가문과 연결돼 있던 인사를 국영 전력회사 에스콤 최고경영자로 천거한 점에 대해서도 나중에서야 굽타 가문 연루 사실을 알았다고 변명했다.

현지 일간 소웨탄은 12일 라마포사 대통령에 대해 "속담처럼 어떤 악에 대해서도 보지도, 듣지도, 말하지도 않은 꼴"이라고 비판했다.

라마포사 대통령은 자신이 그렇다고 가만히 있지만은 않았다면서 "주마 당시 대통령이 재무장관과 부장관을 알맹이 없는 첩보에 근거해 해임하려고 했을 때 반대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처럼 전략적으로 때를 봐가며 조용히 저항하는 사람들이 있었다고 옹호했다.

주마 대통령 시절 굽타 가문 등의 국정 농단으로 국고에서 5천억 랜드(약 39조 원)가 빼돌려진 것으로 정부는 추산한다.

이 과정에서 알짜 국유기업이던 에스콤, 남아프리카항공(SAA), 여객철도기업 프라사(PRASA), 방산업체 데넬 등이 부실기업으로 전락했다.

1994년 남아공 최초 흑민 민주화 정권으로 들어선 ANC는 주마 대통령의 부패로 민심이 악화하고 당 지지율마저 추락하자 당 대표이던 주마 대통령을 2018년 물러나게 했다.

이어 당내 경선을 거쳐 라마포사가 후임 당 대표와 대통령이 됐다.

주마 전 대통령은 자신이 퇴임 직전 출범시킨 존도 위원회에 2019년 한 차례만 증언하고 계속 출석을 회피하다가 결국 헌재에 의해 법정모독죄로 지난달 15개월 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그의 수감 후 출신지 콰줄루나탈과 경제중심 요하네스버그를 중심으로 대규모 폭동과 약탈, 방화가 일어나 350명 넘게 사망했다.

취임 당시 반부패 공약을 내걸고 당선된 라마포사 대통령은 12일 "2018년 당시 반부패 조사위가 출범한 것 자체가 ANC의 중요한 분수령"이라고 평가했다.

반부패 조사위는 지금까지 수백 명의 증인이 출석해 주마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국정농단에 대해 증언했다.

라마포사 대통령은 그러나 과거 부패 세력이 정부와 여당 곳곳에 아직도 포진하고 있다면서 이를 극복하는 것은 국민들이 원하는 것처럼 마법 지팡이로 한순간에 될 일이 아니고 수년에 걸쳐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남아공은 제대로 된 궤도에 들어섰다"면서 "더디긴 하지만 개혁이 진행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 반부패조사위 두번째 출석 증언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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