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율위 공식 비판 평론 발표…관영매체 '타도' 주장도
중국 최고 사정기관까지 알리바바 사내 성폭력 비판 가세
중국에서 알리바바가 사내 성폭력 사건을 부적절하게 처리했다는 거센 비난을 받는 가운데 중국의 최고 사정기관까지 알리바바 비판에 가세했다.

중국공산당 기율검사위원회(기율위)와 국가 감찰위원회(감찰위)는 10일 공동으로 발표한 평론에서 "사건에 연루된 사람들이 불법을 저질렀는지는 경찰의 권위 있는 조사 결과를 기다려봐야겠지만 법적 처벌의 문제를 떠나 이번 사건의 배후에는 암묵적인 관행이 자리 잡고 있어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두 위원회는 사건 초기 알리바바 측의 부적절한 대응 문제를 직접 거론했다.

평론은 "여성 측의 진술에 따르면 상사가 고객사와의 술자리에 동석을 요구했고 술에 만취한 후 성폭행과 성추행을 당했다"며 "사건 발생 후 윗선에 (피해 사실을) 알렸지만 미온적 반응에 직면했고 결국 인터넷을 통해 폭로됐다"고 지적했다.

두 위원회는 이어 "이번 사건에서 나타난 불량한 직장 질서, 열악한 술자리 문화, 부적절한 피해 호소 채널 관리 등 문제는 (나쁜) 암묵적 관행이 만연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업무를 핑계로 한 강제 출장, 음주 강요 등은 (기업의) 관리권을 남용한 것으로서 병적인 가치관에 바탕을 두고 있다"고 비판했다.

당 기구인 기율위와 국가 기구인 감찰위는 이름은 달리하지만 사실상 하나의 기관이다.

당원과 공직자의 각종 비위를 최우선 조사할 수 있는 기율검사위와 감찰위는 중국에서 공안이나 검찰 등 정식 수사 기관보다 훨씬 강력한 힘을 갖는 사정 기관이다.

두 기관은 비위 의혹이 있을 때 해당 당원이나 공직자를 영장 없이 데려다 기한 없이 조사할 수 있다.

통상 중국에서 기율위와 감찰위가 먼저 고위직 인사의 비위 의혹 조사를 하고 나서 죄가 있다고 판단하면 공안이나 검찰에 넘겨 비로소 정식 사법처리 절차가 시작된다.

알리바바는 민간 회사지만 창업자인 마윈(馬雲)을 비롯한 적지 않은 임직원이 공산당원이다.

또 순수 민간인 신분인 기업 관계자들 역시 당과 국가 간부들의 비위 의혹에 연루될 경우에는 기율위나 감찰위의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다.

다만 기율위와 감찰위는 이번 평론에서 전체적으로 부적절한 기업 관행 전반에 대한 반성의 필요성을 강조했고, 알리바바에만 초점을 맞춰 비난을 퍼붓지는 않았다
최근 중국에서는 알리바바 사내 성폭력 사건이 큰 사회적 이슈가 됐다.

한 알리바바 여성 직원이 출장 중 상사와 고객사 관계자로부터 성폭력을 당했지만 회사 측이 미온적 대처로 일관했다고 폭로하면서 알리바바를 향한 사회적 여론이 크게 악화했다.

일각에서는 마윈(馬雲)이 창업한 알리바바가 중국 당국의 규제의 핵심 대상이 된 가운데 사내 성폭력 은폐 의혹까지 불거져 더욱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이게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일부 관영매체들은 이번 사건 직후 설사 알리바바가 망하는 일이 있더라도 철저하게 변화시켜야 한다는 주장까지 폈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계열 인터넷 매체인 '타랑칭녠'(踏浪靑年)은 9일 낸 논평에서 "크다고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는 망상을 하지 말아야 한다"며 "거인이 사회적 의무를 지키지 못할 때는 다른 거인과의 비즈니스 전쟁에서 져서 타도되는 것이 아니라 한 인민에 의해 타도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