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동의 없어도 맞을 수 있어

영국이 만 16∼17세 약 140만명을 대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을 곧 시작한다.

영국 백신 접종 및 면역 공동위원회(The Joint Committee on Vaccination and Immunisation·JCVI)는 4일(현지시간) 16∼17세에 대해 백신 접종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영국 정부는 바로 접종 준비에 착수했다.

더 타임스는 다음 달 개학하기 전에 백신 접종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JCVI는 2차 접종 간격은 어른들처럼 8주로 할지, 다르게 할지 아직 검토 중이다.

16세 이상은 자신의 의료치료에 동의할 능력이 있다고 간주되므로 백신 접종에 부모 동의는 필요 없다고 JCVI 관계자가 기자회견에서 밝혔다.

부모가 반대해도 맞을 수 있는 것이다.

더 타임스는 12∼15세 대상으로 접종 권고 연령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으며 올해 말에 승인이 나올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전했다.

JCVI가 반대 입장은 아니고 부작용이 얼마나 흔한지 확인하기 위해 자료를 더 볼 시간을 원한다고 했다.

JCVI는 지난달엔 심근염 등의 부작용 우려를 들어 모든 12세 이상 청소년 대상으로 백신을 접종하는 방안에는 반대했다.

영국은 그동안 12∼17세의 경우 곧 18세가 되거나 코로나19에 취약하거나, 임상적으로 취약한 사람들과 동거하는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화이자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영국 16∼17세 코로나19 백신접종 곧 시작…"연령 확대 검토"(종합2보)
청소년에게 백신 접종을 하면 바이러스 전파 속도가 느려져서 성인을 보호하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지만 JCVI는 그런 점은 고려하지 않고 있고 청소년이 얻는 이득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주장했다.

청소년 백신 접종은 논란이 있는 이슈다.

미국 등에서는 이미 12세 이상을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일각에선 아이들은 코로나19 피해가 크지 않기 때문에 접종 이득보다 부작용 우려가 더 크다는 의견이 있다.

코로나19에 걸린 아이들은 대부분 1주일 이내에 낫는다는 킹스 칼리지 런던의 연구 결과도 나왔다.

또 아직 성인도 접종을 못 하는 나라가 많은데 부유한 국가에서 아이들에게까지 맞히는 것을 두고 세계보건기구(WHO) 등에서는 부정적인 입장이다.

영국은 성인의 73%가 백신 2차 접종을 마쳤지만 20∼30대로 접종 연령이 내려가면서 속도가 둔화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백신을 맞지 않은 청년층에서 감염이 확산하는 것으로 파악됨에 따라 정부는 청년층 접종 유도를 위해 다양한 유인책을 강구 중이다.

지난달엔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백신 접종을 의무화하는 방안도 검토했다가 반대에 부딪혀 폐기했다.

임피리얼 칼리지 런던이 주도해 코로나19 확산세를 조사하는 '리액트' 연구에 따르면 백신 2회 접종자가 델타 변이에 감염될 위험이 미접종자와 비교해 절반 정도 적다.

한편, 이날 영국의 신규 확진자는 2만9천312명으로 다시 늘었고 코로나19 사망자는 119명에 달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