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대면수업 '사수' 의지…추가 파동·겨울 대비 교실 환기장치 준비
팬데믹 전부터 환기 중시 사회…지속가능한 건축에서도 주목

[※ 편집자주: 지속가능한(sustainable) 사회를 위한 이야기들을 담아낸 플랫폼S입니다.

테크의 역할과 녹색 정치, 기후변화 대응, 이 과정에서의 갈등 조정 능력 등에 대한 국내외 이야기로 찾아갑니다.

다섯 번째 이야기.]
[이광빈의 플랫폼S] 방역 모범국 복귀한 독일의 '환기 전쟁'

'학교를 지켜라.'
여름방학에 들어선 독일 사회에 떨어진 방학 숙제 중 하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파동이 재차 찾아오더라도 여름방학이 끝난 뒤 정상적으로 개학하겠다는 사회적 의지가 반영된 과제다.

학교 방역에서 가장 중시되는 방안 중 하나는 교실 환기다.

대면 거리두기를 한다고 해도 바이러스를 품은 에어로졸이 감염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환기에 신경을 쓰는 것이다.

교실에서 창문 열기만으로는 환기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

몇 달 후면 창문을 오래 열어두기 힘든 겨울철이 다가오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독일 각급 학교는 창문 환기에 대한 보조 수단으로 환기 장치를 설치하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 다시 방역 모범국 명찰 단 독일의 '학교 퍼스트'
독일은 코로나19 창궐 초기만 해도 유럽에서 방역에 성공한 것으로 평가됐으나 오래 버티지 못했다.

다른 유럽 국가와 별반 다를 것 없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의 바람 앞에 무너졌다.

확산 상황의 부침 속에서 지난 4월에는 하루 신규 확진자가 3만명을 넘어서기도 했다.

그러다가 백신 접종 확대 및 시민들의 사회적 거리두기 참여 등에 힘입어 지난달 초에는 300명대 후반까지 떨어졌다.

독일은 일일 신규 감염자는 지난달 중순까지 1천명 미만을 유지했다.

한국보다 상황이 좋았던 셈이다.

독일 인구가 한국보다 3천만명 정도 많은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지난해 4월초 독일이 정부 간 회의를 통해 한국의 K방역을 배워가 한국의 어깨가 으쓱했던 일을 무색하게 한다.

다만, 유럽에서의 델타 변이 확산 영향 속에서 독일의 신규 일일 확진자는 지난달 31일 발표 기준으로 2천400명 정도를 기록하는 등 재확산세가 심상치 않다.

독일은 1천명 이하로 신규 확진자가 줄어들었을 때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 분위기였다.

독일 당국은 일찌감치 규제 철회 속도를 조절하고 최근에는 입국자들을 상대로 의무 검사를 실시하려고 추진 중이다.

독일 사회가 방역의 고삐를 풀지 않으면서 특별히 신경을 쓰는 분야가 있다.

학교에서의 정상적인 대면 수업이다.

[이광빈의 플랫폼S] 방역 모범국 복귀한 독일의 '환기 전쟁'

독일은 팬데믹 상황에서 학교 문을 가장 늦게 닫았다.

지난해 상반기 방역 실패로 학교 문을 두어 달 정도 닫은 뒤 하반기 바이러스가 재확산할 때도 학교 문만은 필사적으로 열어놓으려 했다.

음식점과 카페는 방문 포장 및 배달 영업만 가능하게 하고 문화시설의 영업은 금지했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지난해 10월 말 연방하원 연설에서 "힘든 겨울이 될 것"이라면서 "어린이집과 학교를 유지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것을 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대신 독일 정부는 같은 해 상반기 봉쇄 조치가 실시됐을 때와 마찬가지로 영업이 제한된 곳에 지원금을 몰아줬다.

그러나 신규 확진자 규모가 2만명 정도에 이르면서 결국 학교 문도 닫게 됐다.

독일 사회는 이번에는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공교육 위주의 독일은 학생들이 등교하지 않고 온라인 수업을 받게 될 경우 학력 격차가 더 심해져 미래 소득 격차로 이어질 것이라는 점을 우려해왔다.

또, 학교 급식 중단에 따른 맞벌이 가정 학생들의 영양 부족, 가정 폭력 증가, 학생들의 정서 불안, 활동력 저하 등에 대한 문제 제기가 꾸준히 이뤄져 왔다.

독일이 하반기 정상 등교에 사활을 거는 이유다.

[이광빈의 플랫폼S] 방역 모범국 복귀한 독일의 '환기 전쟁'

◇ 여름방학 내 환기 장치 설치에 초점
독일이 학교 방역에 심혈을 기울이는 데에는 12세 미만 학생들에게 백신을 맞힐 수 없는 탓이 크다.

지난달 31일 dpa 통신에 따르면 메클렌부르크-포어포메른주 등 여러 지역이 12세 이상 청소년의 백신 접종 접근성을 확대하기 위해 학교에 접종팀을 파견하는 방안을 계획하고 있다.

그러나 12세 미만 저학년은 가급적 바이러스 노출 환경을 피하도록 하는 방법밖에 없다.

더구나 백신 접종자의 돌파 감염이 전 세계적으로 방역의 고민거리가 되고 있다.

교사와 학부모가 백신을 맞았다고 해도 교실이 안전하지 않을 수 있는 셈이다.

어린이와 청년들을 위한 단체인 킨테어스분트의 그레인 다니엘 대표는 지난 6월 말 공영방송 도이체벨레와의 인터뷰에서 "감염자 숫자가 줄어서 다음 학기는 괜찮을 것이라는 희망에 의존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학교에 공기청정기를 설치하는 것이 실질적인 조치라고 강조했다.

앞서 바이에른주 뮌헨 당국은 학교에 6개월간 이동식 공기청정기를 설치했다.

학교마다 평균 3천유로(약 410만원) 정도가 들었다.

뮌헨연방군대 에어로졸 연구자인 크리스티안 캘러는 도이체벨레에 "공기청정기가 올바로 사용된다면 학교 교실에서의 간접 감염 위험을 없앨 수 있다"고 말했다.

9월 총선을 앞두고 교실 내 방역 문제는 정치권에서도 화두 중 하나다.

중앙 정치무대뿐만 아니라 지역 단위에서도 교실 내 환기 문제 해결을 위해 경쟁적으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달 27일 일간 쥐트도이체차이퉁에 따르면 바이에른주의 마르쿠스 죄더 총리는 늦어도 가을까지는 주 내 학교에 공기청정기 설치를 끝내겠다고 밝혔다.

베를린 당국은 팬데믹 이후 지금까지 8천 개의 공기청정기를 구매해 학교에 배치했고, 추가로 구매할 계획이다.

작센주와 작센안할트주에서도 설치를 검토 중이다.

독일 사회의 이런 움직임에는 정상 등교에 대한 의지와 에어로졸 감염에 대한 경각심 외에도 환기를 중시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뒷받침돼 있다.

[이광빈의 플랫폼S] 방역 모범국 복귀한 독일의 '환기 전쟁'

독일 음식점 및 카페는 야외 테이블이 발달해있다.

웬만큼 춥지 않으면 실내에는 손님들이 드문드문 앉아있는데 실외 테이블은 꽉 찬 풍경을 보기 어렵지 않다.

지방단체별로 다르지만 베를린의 경우 팬데믹 초반 야외 테이블을 놓을 수 있는 공간을 1.5배로 늘릴 수 있도록 했다.

독일은 감염 확산 상황이 심했을 때도 인파가 붐비는 일부 거리에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기도 했지만, 야외에서의 마스크 착용을 특별히 권장하지는 않았다.

대신, 실내에서는 FFP2(한국의 KF94 격) 등급 이상의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유지해왔다.

최근에서야 피트니스센터 등 실내 스포츠 시설에서 휴식 등 제한적 환경에서만 의료용 마스크를 착용할 수 있도록 규정을 완화했다.

팬데믹 이전에도 독일 시민들은 실내에서 만날 때 "환기하자"라는 말을 쉽사리 꺼내는 경향이 있다.

독일의 여름은 이상고온이 아닌 이상 푹푹 찌는 무더위가 덜한 면도 있지만, 문을 닫아놓고 에어컨을 틀어 에어로졸이 순환하기 좋은 풍경은 전반적으로 찾아보기 어렵다.

독일은 전 세계적으로도 일찌감치 지속가능한 건축 개념이 발달해 신선한 공기가 내부로 주입이 잘 되는 점을 중시해왔다.

이진 독일 정치+문화연구소장은 통화에서 "독일 사회에서는 대면 수업의 정상적인 진행에 도움이 되도록 교실 환기 환경이 개학 전에 갖춰지느냐를 놓고 당국의 능력을 평가할 분위기"라며 "환기 문제는 건강권뿐만 아니라 에너지 절감, 기후변화 문제와도 맞닿아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플랫폼S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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