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1일 전 대통령 5명 수사·기소 찬반 투표…여론조사 찬성 우세
"불필요한 정치 쇼" 비판도…투표율 40% 넘길지가 관건
멕시코, '전직 대통령들 법정에 세워야 하나' 국민투표에 부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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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수도 멕시코시티 도심의 소칼로 광장에 27일(현지시간) 전직 대통령들로 변장한 이들이 등장했다.

이들은 '뇌물'이라는 글자가 새겨진 자루와 "우리는 무고한 애국자"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든 채 광장을 누볐다.

내달 1일 전직 대통령들의 수사와 기소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에서 찬성을 끌어내기 위한 시민단체의 퍼포먼스라고 멕시코 매체 밀레니오는 보도했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이 추진한 이번 국민투표에선 직전 엔리케 페냐 니에토 전 대통령을 포함해 1988년 이후 전직 대통령 5명을 부패 등의 혐의로 수사하고 기소해야 하는지를 묻는다.

지난 2018년 89년 만의 첫 좌파 대통령으로 취임한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이전의 '신자유주의 정권'들에 대한 비판을 이어가면서도 전 정권에 대한 정치적 보복은 하지 않겠다는 입장도 여러 차례 밝혔다.

대통령은 그러나 "국민이 원한다면" 전임 대통령도 수사와 처벌을 받을 수 있다며 이를 국민투표에 부치자고 제안했다.

멕시코, '전직 대통령들 법정에 세워야 하나' 국민투표에 부쳐

의회와 대법원을 거쳐 성사된 이번 국민투표는 처음 거론됐을 때부터 논란의 대상이었다.

비판론자들은 전직 대통령의 범법 행위가 확인될 경우 지금도 충분히 수사와 기소가 가능하다며 굳이 국민투표에 부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무의미한 정치 쇼에 불과하다는 언론의 지적도 잇따랐다.

그러나 대통령과 여당은 전임 대통령들이 처벌받은 경우가 거의 없다는 점을 들어 국민의 의견을 묻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멕시코에선 시위대 학살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은 루이스 에체베리아 전 대통령(1970∼1976년)이 퇴임 후 법정에 선 유일한 지도자다.

여당 국가재건운동(모레나)의 마리오 델가도 대표는 최근 EFE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국민투표는 "법적 절차가 아니라 국민이 정의 실현을 요구하는 정치적 절차"라며 "진정한 민주주의"를 위해 필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투표 문구를 두고도 비판이 나왔다.

당초 질문엔 전임 대통령의 이름이 명시됐으나 대법원을 거치며 이름이 빠졌다.

대신 "정의와 피해자 권리 보장을 위해 관계 당국이 헌법과 법률의 틀 안에서 과거 정치인들이 한 정치적 결정을 규명하는 절차에 착수하는 데 동의하십니까"라는 복잡하고 모호한 문항으로 바뀌었다.

멕시코, '전직 대통령들 법정에 세워야 하나' 국민투표에 부쳐

영국 매체 이코노미스트는 이 국민투표 문항을 의미 없는 '아무말'로 유명한 멕시코 코미디언 칸틴플라스의 대사에 비유하기도 했다.

국민투표에서 찬성이 우세하다고 해도 당장 전직 대통령에 대해 수사를 시작하는 것은 아닌 만큼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나온다.

국민투표 자체에 대한 논란은 계속되고 있지만 일단 범죄 혐의가 있는 전직 대통령들을 법정에 세우는 데 대해서는 국민들이 대체로 동의하고 있다.

최근 멕시코 일간 엘우니베르살의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90% 가까이가 전직 대통령에 대한 수사와 기소에 찬성했다.

다만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도 수사를 받아야 한다는 응답도 70%를 넘었다.

과반 찬성을 얻는 것보다 까다로운 건 투표율 하한인 40%를 넘기는 일이다.

멕시코에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3차 유행이 본격화한 상황이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자신은 투표에 참여하지 않겠다면서도, 국민의 적극적인 참여를 연일 독려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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