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태 난 아타미, 한국인 관광객 많이 찾던 곳…가슴 아파"

강창일 주일대사가 일본 시즈오카(靜岡)현 아타미(熱海)에서 발생한 대규모 산사태와 관련해 가와카쓰 헤이타(川勝平太) 시즈오카현 지사에게 5일 위로 편지를 보냈다.

강 대사는 이날 우편으로 발송한 편지에 "언론보도를 통해 시즈오카현 아타미시에 큰 재해가 일어난 것을 알고 걱정이 되어 폐가 되지 않을까 하면서도 편지를 드린다"며 "재해 수습으로 매우 바쁘리라 생각되지만, 지사님의 리더십으로 신속하게 사태가 안정되길 기원한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도움을 드릴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무엇이든지 말씀해 달라. 미력하나마 가능한 일을 돕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강창일 주일대사, 산사태 시즈오카현 지사에 위로 편지 보내
강창일 주일대사, 산사태 시즈오카현 지사에 위로 편지 보내
강 대사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아타미는 한국과 인연이 매우 깊은 곳"이라며 위로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편지를 보냈다고 말했다.

일본 작가 오자키 고요(尾崎紅葉·1867~1903)의 장편 소설 '곤지키야샤'(金色夜叉, 수전노)를 번안한 조중환의 신파(新派)소설 '장한몽'(일명:이순일과 심순애)에 두 주인공이 대동강변 부벽루 아래에서 이별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일본 소설 속의 이별 장소가 바로 아타미 해변이라는 것이 강 대사의 설명이다.

그는 징용피해자 소송 등 역사 문제를 놓고 한일 관계가 악화하기 전에는 한국인 관광객들이 두 주인공의 동상이 있는 아타미를 많이 찾았다고 덧붙였다.

강창일 주일대사, 산사태 시즈오카현 지사에 위로 편지 보내
강 대사는 "가와카쓰 지사가 그런 인연으로 한국을 좋아한다"며 "나도 그곳을 방문하기로 하던 차에 가슴 아픈 일이 생겼다"고 편지를 보낸 동기를 설명했다.

강 대사의 위로 편지는 일본과 친밀한 관계인 국가들이 잇따라 트위터를 활용해 위로의 뜻을 밝히고 나선 가운데 발송돼 주목된다.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이 산사태가 발생한 지 12시간 만인 지난 3일 저녁 10시 35분 트위터를 통해 "일본 시즈오카현 아타미 지구에서 호우로 인한 산사태 등으로 피해를 당한 분들에게 진심으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일본이 필요로 하는 원조를 언제라도 제공할 수 있도록 우리는 준비하고 있다"고 메시지를 띄웠다.

강창일 주일대사, 산사태 시즈오카현 지사에 위로 편지 보내
또 일본과 함께 중국을 견제하는 외교 동맹체인 '쿼드'(Quad)를 이루는 미국, 호주, 인도도 일제히 이번 산사태와 관련해 위로의 뜻을 밝혔다.

미국에선 산사태 발생 하루 만인 4일 나고야(名古屋) 미국영사관 수석영사가 트위터로 피해 주민들에게 위로의 말을 전했고, 호주는 사고 발생 당일 저녁에 주일 대사 명의의 위로 트윗 글을 올렸다.

인도는 주일대사관 명의의 트위터 계정에 산사태 지역 주민들의 안전과 구조 작업의 성공을 기원하는 글을 게시했다.

온천 휴양지로 유명한 아타미에서는 3일 오전 10시 30분께 폭우 영향으로 인한 대규모 산사태가 일어나 5일 오후 7시 현재 4명이 숨진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러나 최소 130채의 가옥이 유실되고 피해 지역에 주민등록을 둔 사람 중 80명의 소재가 아직 확인되지 않아 인명피해가 늘어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일본 정부는 이 사고를 수습하기 위해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가 주재하는 비상재해대책본부를 이날 설치했다.

강창일 주일대사, 산사태 시즈오카현 지사에 위로 편지 보내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