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드컴 독점계약 통한 시장지배 중단키로…미 당국 합의
미국 통신칩 제조사 브로드컴이 '반(反)독점' 의혹을 사온 사업 관행을 중단하기로 미 연방거래위원회(FTC)와 2일(현지시간) 합의했다.

FTC는 이날 시장 지배력을 이용해 경쟁사를 몰아내려 해온 브로드컴이 제안한 동의명령을 수용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과 CNBC가 보도했다.

동의명령은 반(反)독점, 고용 차별 등의 이슈를 놓고 벌금이나 처벌 같은 법원 결정이 내려지기 전에 규제 기관과 피규제 기관 간에 이뤄진 합의를 가리킨다.

FTC에 따르면 브로드컴은 장비 제조사와 인터넷 서비스 제공업체 등 고객사들이 경쟁사 칩을 구매하지 못하도록 하는 장기계약을 체결해 통신칩 시장에서 지배력을 유지해왔다.

브로드컴은 TV 셋톱박스와 케이블 모뎀 등의 기기에 광범위하게 쓰이는 통신칩 업계의 공룡이다.

케이블 TV 업체 등은 고객의 가정·사무실에 설치할 셋톱박스나 모뎀을 생산하기 위해 브로드컴 같은 업체와 계약을 맺는다.

브로드컴은 2016년부터 전 세계 셋톱박스, 브로드밴드 장비 시장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최소 10개의 제조사와 독점 계약이나 그에 준하는 계약을 맺었다.

신생 업체들이 저가 공세를 벌이며 경쟁해오던 때였다.

브로드컴은 인터넷 서비스 업자에게는 경쟁사 제품 구매를 제한하지 않으면 자사 소프트웨어 서비스에 대한 요금을 올리겠다고 협박했다.

또 브로드컴의 제품만 쓰겠다고 약속한 제조사에는 가격을 낮춰줬다.

그러나 브로드컴이 수용한 이번 동의명령에 따르면 앞으로 브로드컴은 전통적인 방송 장비, 인터넷 서비스 장비 등에 들어가는 핵심 통신칩과 관련해 특정한 종류의 독점 계약 또는 로열티(특허권) 계약을 맺는 것이 금지된다.

브로드컴은 또 이런 칩들에 대한 접근에 조건을 달거나, 독점·로열티 계약을 맺은 고객사에 혜택을 주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앞서 브로드컴은 유럽연합(EU)으로부터도 비슷한 사유로 반독점 조사를 받은 뒤 최근 반독점적 계약 관행을 중단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브로드컴은 "FTC가 규정한 우리 사업의 성격에 동의하지 않지만 이 사안을 뒤로 하고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하는 환경에서 고객 지원에 집중하게 되기를 고대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