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남서부 일대가 새로운 제조업 허브로 떠오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일(현지시간) 애리조나, 뉴멕시코, 오클라호마, 네바다, 텍사스 등 남서부 5개 주에서 2017년부터 3년간 10만 개 이상의 제조업 일자리가 만들어졌다며 이같이 전했다.

이 기간 이들 5개 주에서 창출된 일자리는 미국 전체 제조업 일자리 증가분의 30%를 차지한다. 이들 지역이 부상한 배경에 대해선 저렴한 땅값과 주정부의 적극적인 세금 감면, 기술 인력 유입이 맞아떨어진 결과라고 WSJ는 분석했다.

그동안 미국의 전통적인 제조업 중심지는 펜실베이니아, 미시간, 위스콘신 등 동북부였다. 하지만 이들 지역은 세계화 과정에서 경쟁력을 잃고 ‘러스트벨트(쇠락한 공업지대)’로 전락했다. 그 자리를 메운 곳이 조지아, 앨라배마, 테네시 같은 남동부다. 이들 지역이 여전히 위세를 과시하고 있긴 하지만 최근엔 남서부 일대가 새로운 제조업 메카로 급부상한 것이다.

미 최대 반도체기업 인텔이 지난 3월 애리조나에 200억달러를 투자해 공장을 증설하겠다고 한 데 이어 지난달 뉴멕시코에 35억달러 투자 계획을 발표한 게 대표적 사례다. 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수탁생산)업체인 대만 TSMC도 애리조나에 120억달러를 투자해 공장 건설에 들어갔다.

전기자동차 스타트업 루시드모터스는 애리조나에 총 7억달러를 들여 공장을 짓고 있다. 테슬라는 텍사스에 전기차 공장을 건설하기로 했다. 철강회사 스틸다이내믹스는 올해 텍사스에 600명의 직원이 일하는 공장을 준공해 연간 300만t의 철강을 생산할 예정이다.

남서부의 부상으로 가장 타격을 입은 곳은 캘리포니아주다. WSJ에 따르면 2019년 텍사스와 애리조나에서 생긴 제조업 일자리 중 약 3300개, 2017~2019년 네바다에서 만들어진 일자리 중 2700개 이상이 캘리포니아에서 옮겨왔다.

WSJ는 텍사스가 소득세를 제로(0)로 유지하는 등 남서부 5개 주는 다양한 세금 감면을 통해 기업을 유인하고 있으며, 생활비도 비교적 저렴해 기업의 관심을 끌고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