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답변 통해 '위안부 합의' 관련 한국정부 에둘러 비난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일본 외무상은 31일 참의원 결산위원회에서 위안부 관련 질의에 대한 답변을 통해 2015년의 한일 '위안부 합의' 등을 둘러싼 문재인 정부의 대응을 '골대 움직이기'라는 표현으로 에둘러 비난했다.

아리무라 하루코(有村治子) 자민당 의원은 이날 질의에서 일본군 위안부가 고향을 떠난 군인의 성욕을 통제하고 성병 만연을 막기 위한 제도였다며 한국전쟁 당시의 '위안대'나 마찬가지라는 억지 주장을 폈다.

그는 "전쟁터나 주둔지에서 군인의 성 문제는 동서고금 각국의 각 부대가 고민해온 과제였다"고 한 뒤 "옛날에는 기원전부터, 나폴레옹전쟁에서도, 제1·2차 세계대전에서도, 러일전쟁에서도 모두 성병 줄이기 관련 기록이 남아있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한국 정부는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전시 여성의 인권유린'이라는 등의 새로운 딱지를 붙이는 것으로 일본을 부당하게 깎아내려 고립시키고 사실에 근거하지 않는 역사인식을 국제사회에 떠들썩하게 퍼뜨리고 있다"면서 "이런 문재인 정권의 주장은 역사의 공정성 관점에서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일본 외무상 "한국이 언제나 골대 움직이는 상황 벌어져"
그러면서 "위안부 문제에선 일본이 오로지 방어 일변도인데, 일본 정부가 사실에 근거한 반론을 의연하게 펴길 바란다"며 모테기 외무상의 견해를 물었다.

답변에 나선 모테기 외무상은 "동서고금으로 해외에 나가 있는 젊은 병사들, 이들에 대한 여러 가지 대처를 어떻게 할지를 놓고 각 나라와 군이 애를 먹은 것으로 알고 있다.

특히 제1차 세계대전 때는 참호전의 와중에도 피임구라는 것이 압도적으로 확산했다고 한다"며 아리무라 의원의 질의에 공감을 나타냈다.

모테기 외무상은 이어 "그동안 위안부 문제를 포함한 역사 문제에 대해 정확한 사실관계와 (일본) 정부의 생각을 여러 형태로 국제 사회에 설명하고 있다"며 대외 홍보전의 최전선인 재외공관 체제를 강화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그러고는 "한국에 의해 '골 포스트'(골대)가 움직여지는 상황이 늘 벌어지고 있다"며 "앞으로도 정부의 생각이라든가 지금까지의 노력에 대해 국제사회로부터 정당한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계속해서 확실히 대응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일본 외무상 "한국이 언제나 골대 움직이는 상황 벌어져"
박근혜 정부 시절 이뤄진 2015년 한일 외교장관 간 위안부 합의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이 합의를 통해 최종적, 불가역적으로 종결됐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합의 직후부터 협상 과정에서의 피해자 배제 논란이 일고, 사죄 표명을 둘러싼 당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진정성 문제가 제기됐다.

그 여파로 합의에 근거해 출범한 화해치유재단이 2018년 11월 해산하는 등 피해자들의 반발 속에 합의는 사실상 효력 정지 상태가 됐다.

이와 관련해 일본 정부는 정권이 바뀐 후 위안부 합의와 관련한 한국 정부의 대응을 '골대 움직이기'라고 비난해 왔는데, 모테기 외무상이 이날 참의원에서 그런 견해를 재확인한 셈이다.

이날 참의원 결산위원회에선 위안부 문제를 집중적으로 보도해온 아사히신문을 직접 겨냥한 비난도 이어졌다.

아리무라 의원은 위안부의 강제연행 견해가 확산한 원인으로 요시다 세이지(吉田淸治·1913∼2000)를 거론했다.

요시다 세이지는 생전에 펴낸 저서 '나의 전쟁 범죄 조선인 강제연행'에서 "전쟁 중 위안부로 삼기 위해 제주도에서 많은 여성을 무리하게 연행했다"고 증언한 인물이다.

일본 외무상 "한국이 언제나 골대 움직이는 상황 벌어져"
이 증언은 1980∼1990년대 아사히신문을 통해 여러 차례 기사화되면서 주목받았다.

그러나 아사히신문은 2014년 해당 발언의 증거를 찾지 못했다는 이유로 관련 기사를 취소했다.

이와 관련, 아리무라 의원은 "요시무라 세이지 씨가 1983년 '일본군 명령으로 한국 제주도에서 수많은 여성 사냥을 했다'는 취지의 허위 사실을 발표하고, 허위 사실이 대형 신문사에 의해 사실처럼 크게 보도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진실에 어긋나는 정보로 국내(일본 내) 여론이 만들어지고, 한국 여론으로 비화한 뒤 다시 국제 여론의 반일 감정을 키워 재외국민(일본인)이 무시당하고 그들의 자녀가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면서 "얼마나 일본의 신용과 국익이 손상됐는지 헤아릴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이제는 대형 신문사 등이라고 익명으로 할 필요가 전혀 없다"고 아사히신문을 겨냥했다.

이와 관련해 답변에 나선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관방장관은 "주요 신문은 아사히신문"이라고 거명한 뒤 "아사히신문이 보도한 요시다 씨의 증언으로 마치 강제 연행이 있었다는, 사실에 반하는 인식이 한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에 퍼진 것은 매우 문제라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취재보조: 무라타 사키코 통신원)
일본 외무상 "한국이 언제나 골대 움직이는 상황 벌어져"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