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쿠데타 시위하다 체포·살해될 바에 총 들고 순교할 것"

미얀마에서 쿠데타 발생 후 군경에 목숨을 잃은 시민이 818명에 이르는 가운데 시민방위군의 저항도 점점 대담해지고 있다.

"스스로 지키자"며 사제 총과 폭탄을 든 시민군은 이제 경찰서를 불태우고, 군경 수십 명을 사살하는 등 무장 저항 활동에 힘을 모으고 있다.

대담해지는 미얀마 시민군…경찰서 태우고 군경 수십 명 사살
24일 이라와디와 미얀마나우에 따르면 미얀마 동부 카야주에서 전날 카렌족 시민군과 정부군 간에 무력 충돌이 벌어져 정부군 40명 이상이 사망했다.

전날 오전 정부군이 카렌족 민가에 무차별 포격을 가해 민간인 2명이 다치고 주택이 파손됐다.

이에 카렌족 시민군이 정부군과 교전을 벌이다 정오께 모 볘(Moe Bye) 경찰서를 점령했다.

경찰서를 장악하는 과정에서 정부군 최소 15명이 숨지고, 경찰서도 불에 탔다.

시민군은 현장에서 붙잡은 군경 4명의 사진도 공개했다.

카렌족 시민군 측은 "정부군이 민간인한테 저지르는 잔혹한 행동을 보고 무기를 들었다"며 "청년들은 시위하다 붙잡히고 살해될 바에 총기를 들고 순교를 택하겠다고 나섰다"고 말했다.

카야주 데모소(Demoso)의 고속도로에서도 같은 날 교전이 벌어져 정부군 24명 정도가 사망했다.

시민군과 주민들은 정부군의 접근을 차단하기 위해 고속도로를 가로막으면서 장시간 교전이 이어졌다.

대담해지는 미얀마 시민군…경찰서 태우고 군경 수십 명 사살
미얀마에서는 카야주뿐만 아니라 곳곳에서 정부군과 시민군의 교전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군은 기관총과 자동소총, 수류탄, 유탄발사기까지 동원해 시민군 소탕작전을 벌이고 있으나, 시민군은 19세기 방식으로 집에서 만든 엽총, 사제폭탄 등 재래식 무기로 극렬히 저항하고 있다.

이에 군부는 미얀마 서부 친주 산악지역 민닷(Mindat) 지역에 계엄령을 발령하고 시민군 소탕을 위해 병력을 집중적으로 투입하고 있다.

정부군은 민닷 시내 진입 당시 주민 최소 18명을 '인간 방패'로 내세운 데 이어 최근에는 앞에 세운 군인들이 항복하는 시늉을 하고 뒤에 매복한 군인들이 총을 발사하는 전술까지 동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닷 지역 시민군 대변인은 "정부군 병사들이 무기를 내려놓고 손을 들고 항복한 것처럼 시민군을 향해 걸어왔다"며 "우리는 그들을 쏠 수 있었지만, 살인자가 아니기에 그러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 뒤에 숨어있던 병사들이 총을 쏴 시민군들이 다쳤다"고 말했다.

대담해지는 미얀마 시민군…경찰서 태우고 군경 수십 명 사살
민닷 지역 다른 마을에서는 지난 21일 정부 병사들이 민간인 복장을 하고 탈출한 주민인 척 시민군에게 다가온 뒤 총을 난사해 시민군 1명이 숨지고 9명이 다쳤다.

정부군도 최소 5명이 숨지고 여러 명이 다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군이 민닷 지역 시민군 소탕을 위해 총공세를 펼치자 약 1만명의 주민들이 집을 떠나 인근 정글에 숨어 들고 있다.

집을 떠난 민닷 주민들은 "더는 물러설 곳이 없다.

곧 장마가 시작되는데 더 깊은 숲으로 들어가면 목숨을 잃을 수 있다"며 시민군에 희망을 걸고 방어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항전 의지를 다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