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매체 "미국과 밀착하는 일본과 관계 개선 의도도"
"시진핑의 도쿄올림픽 백신 제의, 베이징올림픽 방어 목적"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이번 도쿄올림픽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제공하겠다고 제의한 것은 내년 베이징동계올림픽에 대한 일본의 보이콧을 피하기 위한 것이라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6일 보도했다.

SCMP는 중국 관영 신화통신을 인용, 시 주석이 지난주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과의 통화에서 오는 7월 도쿄 하계올림픽에 대한 지지를 약속하고 중국산 코로나19 백신 제공을 제의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러한 제안은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출범 이후 중일 관계가 악화하는 데다, 특히 일본이 불과 두달 전에도 중국의 백신 제공 제안을 거절한 데 이은 것이라 놀라움을 안겨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중국이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일본과의 경색된 관계를 풀고 일본의 마음을 사로잡아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에 대한 서방의 보이콧 움직임에 일본이 가세하지 않도록 막고자 한다고 분석했다.

북미와 유럽 등에서는 신장(新疆)위구르 인권을 문제 삼아 베이징동계올림픽을 보이콧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 외교협회(CFR)의 황옌중(黃嚴忠) 세계보건 선임연구원은 "최근 중일 간 갈등에도 중국은 도쿄올림픽에 대한 지지를 표했고 대규모 선수단을 파견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베이징동계올림픽이 정치화하는 것에 대한 중국 당국의 우려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과 유럽연합(EU)에 포위된 중국에 있어 일본의 태도는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SCMP는 이러한 배경 속에서 중국이 지난 3월에도 도쿄올림픽 측에 백신을 제공하겠다고 밝혔으나, 도쿄올림픽 위원회는 당시 중국산 백신이 일본에서 승인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를 거절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지난 7일(현지시간) 세계보건기구(WHO)가 중국 제약사 시노팜이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의 긴급 사용을 승인했으나, 도쿄올림픽에서 해당 백신이 사용될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고 덧붙였다.

중국해양대학 팡중잉(龐中英) 교수는 "일본의 중국산 백신 채택 여부와 관계없이 중국이 백신을 제공한 것은 우호적인 행동이며 중국에는 일본과의 관계 개선의 기회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이어 "일본이 내년 베이징동계올림픽을 보이콧한다면 이는 중국에 큰 타격이 될 것"이라고 봤다.

소우랍 굽타 미국 워싱턴 중미연구소 연구원은 "일본은 선진국 중에서 베이징동계올림픽에 대한 보이콧에 지지를 표하지 않거나 실질적으로 중대한 반중 정책을 채택하지 않은 몇 안되는 나라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어 "이는 하계올림픽을 개최해야 하는 일본이 처한 딜레마를 보여주는 것으로, 중국은 이점을 붙들고 일본이 베이징올림픽 보이콧 대열에 합류하지 않도록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