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북핵 해법과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시도했던 빅딜(일괄타결) 대신 ‘실용적 접근’을 하겠다고 밝혔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달 30일 대통령 전용기에서 이뤄진 언론 브리핑에서 “(행정부의) 대북정책 검토가 마무리됐다”며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목표가 유지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의 정책은 일괄타결 달성에 초점을 두지 않을 것이며 전략적 인내에도 의존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북한과의 외교에 열려 있고 (외교를) 모색하는 실용적이고 정교한 접근이 우리의 정책”이라고 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회담을 통해 북한의 핵 프로그램 폐기와 대북제재 해제를 맞바꾸는 빅딜을 추진했지만 북핵 폐기에 실패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북한과의 외교 협상보다 제재와 압박에 방점을 뒀지만 결국 북한의 핵 능력 강화를 막지 못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행정부와 오바마 행정부의 접근법에 모두 선을 그으며 대안으로 실용적이고 정교한 접근을 내세운 것이다.

미 당국자도 워싱턴포스트(WP)에 “우리는 일괄타결이나 전부 아니면 전무(all-or-nothing)식 접근을 추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바이든 행정부는 북핵 제거라는 최종 목표를 전제로 실무협상을 통해 북한과 부분적 합의를 모색하는 단계별 접근(스몰딜)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관건은 북한을 어떻게 협상 테이블로 끌어낼 수 있느냐다. 북한은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결렬과 이후 몇 차례 실무협상이 성과 없이 끝난 뒤 미국과의 대화에 소극적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지난 2월 여러 채널을 통해 북한과 대화를 시도했을 때도 북한은 응하지 않았다. 바이든 행정부는 대북제재를 유지하고 있는 데다 트럼프 행정부와 달리 북한 인권 문제까지 거론하고 있어 북한이 협상에 응할 가능성은 더 낮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중 갈등 구도가 더 명확해지면서 중국과 북한이 더 밀착한 점도 변수다. 중국이 북한에 대한 경제 지원을 강화하면서 미국의 대북제재 위력이 반감되고 그 결과 북한이 제재 완화를 위해 미국과 협상에 나설 유인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WP는 행정부 당국자들을 인용해 바이든 행정부가 조만간 대북정책을 북한에도 전달할 예정이지만 핵 문제에 대한 북한의 계산이 단기간에 바뀔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으며 이 경우 제재를 유지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