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교과서 초안에 '총든 미키마우스' 만화 등장 논란
미국 다국적 기업의 '문화 침략'을 표현하는 내용으로, 개정된 고등학교 시사교양과목 교과서 초안에 실렸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30일 고등학교 시사교양과목인 '공민사회발전' 교과서 출판사 6곳 중 한곳에서 발간한 교과서 초안에 이같은 만화가 게재돼 논란이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해당 만화에는 군복을 입은 미키마우스와 구피가 등장하며, 전투기가 폭탄 대신 햄버거를 살포하고, 사악한 모습의 맥도널드 등 미국을 상징하는 캐릭터들이 부정적인 모습으로 묘사됐다.
SCMP는 해당 만화가 논란이 되자 출판사가 "교사용 임시 교재이며 교육자들의 검토를 거쳐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또 홍콩 교육부 대변인도 해당 만화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했으며 이 교과서가 당국의 검토를 받지 않았다고 밝혔다.
홍콩은 오는 9월부터 기존 고교 토론식 교양 과목인 '통식'(通識)의 내용을 대폭 수정하고 이름도 '공민사회발전'으로 변경한다.
2009년 고교 필수과목이 된 '통식'은 사회적 이슈에 대한 학생들의 비판적 사고방식을 키우는 과목으로, 중국에는 없다.
홍콩 내 친중파 등은 이 토론식 교양 교육이 학생들에게 서구 중심 사고를 갖게 하고 반중 정서를 키웠으며, 그로 인해 2019년 반정부 시위에 학생들이 대거 참여했다고 주장해왔다.
이에 교육부는 지난해 말 '통식' 개편 작업에 들어갔다.
'통식'의 영어명이 '교양 과목'을 뜻하는 '리버럴 스터디'(liberal studies)라는 점 때문에 이름도 아예 바꿨다.
앞서 케빈 융 홍콩 교육부장관은 "'리버럴'이라는 단어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지난 몇년간 지켜봤을 때 (리버럴이) 별로 좋지 않은 함의와 연계되는 경우가 많았으며 이 과목이 매우 나쁘다고 생각하는 일부 사회 계층들이 있다"고 말했다.
'리버럴'이 개별 단어로서 '자유민주주의' '자유주의'를 뜻하는 것을 문제삼은 것으로 해석된다.
개정된 '공민사회발전'은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 아래 홍콩', '개혁과 개방 이후 우리나라', '현대사회의 상호의존과 상호연결' 등 3가지 주제를 다룬다.
'문화 침략' 부분에서는 세계의 가치를 형성한 서구의 영향과 그로 인한 결과가 문화적 균질화 혹은 다양성인지에 대해 토론하도록 한다.
또 '시민 불복종' 부분에서는 2014년 홍콩 우산혁명 사진과 함께 시민은 자신의 행동에 법적 책임을 져야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10년 넘게 '통식' 과목을 가르쳐온 챈치와 교사는 SCMP에 "군복을 입고 무기를 든 캐릭터들은 다소 과장됐다"며 "우리는 세계화에 대해 가르칠 때 흑백논리로 접근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시민 불복종 부분은 잘못 다루면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위반 소지가 있어 많은 교사들이 이 부분에 대한 토론을 피하거나 매우 주의를 기울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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