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학교에 다니는 한국·조선 국적의 고교생과 대학생들이 단순히 국적을 이유로 일상생활 속에서 차별을 겪고 있는 사례가 많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일본 학교에서 공부하는 한국·조선 국적 학생을 지원하는 '조선장학회'는 2019년 12월부터 작년 2월 사이에 장학금을 받는 고교생과 대학생을 대상으로 차별을 주제로 한 설문 조사를 벌였다.

과거 3년 이내에 일본에 살면서 차별을 경험했는지를 물은 이 조사에는 일본에서 태어난 학생(77%)과 한국 출신(23%) 학생 등 총 1천30명이 응했다.

교도통신이 28일 보도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적 때문에 언어폭력을 직접 경험했다는 응답자가 30.9%에 달했다.

언어폭력의 구체적인 내용으로는 "네 나라로 돌아가라'라거나 '북한 스파이(간첩)'라는 등의 욕설을 들었다는 답변이 많았다.

또 한국인이라는 것을 알고 나서는 어조를 바꾸거나 무시하는 일본인도 있었다는 답변이 나왔다.

언어폭력을 가한 주체(복수 응답)로는 48.1%가 같은 학교의 일본인 학생을 꼽았다.

재일 한인학생 30% "국적 이유만으로 언어폭력 직접 경험"
일본인 교사로부터 언어폭력을 당했다는 응답자도 10.1%나 됐다.

이 밖에 아르바이트하는 곳의 손님(16.4%)이나 일본인 상사·동료(9.1%)의 차별적인 언동을 경험했다는 응답자도 적지 않았다.

언어폭력 외의 차별 사례로는 주택 관련 계약을 거절당하는 등의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는 사람이 39.4%를 차지했다.

인터넷 공간에서 차별적인 표현을 접했다는 답변은 73.9%, 거리 등에서 차별을 선동하는 시위를 보거나 들었다는 사람도 75.7%에 달했다.

이 영향으로 42.8%는 일본에서 생활하면서 '한국·조선인인 나 자신이 싫다고 생각한 일이 있다"고 말했다.

이 조사 내용을 분석한 아케도 다카히로(明戸隆浩) 릿쿄대 조교(사회학)는 교도통신에 "일본에 차별이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지만 상당히 뿌리 깊게 남아 있다"면서 옛 징용 피해자 문제 등으로 한일 관계가 나빠지면서 한국인에 대한 '배싱'(비난·공격)이 강해지는 경향이 있는 만큼 차별 문제를 계속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