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필리핀·라오스 정상 불참…'내정간섭 불가' 원칙 속 의견 모아
흘라잉 최고사령관 참석해 내부 상황 설명…미얀마 시민들 "살인자 초청"

미얀마 사태 해결책을 논의하기 위한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특별정상회의에 참석한 10개 회원국 정상들이 즉각적인 폭력 중단 등 5개 항에 합의했다.

아세안은 이날 의장 성명 부속문건 형태로 정상들이 ▲ 미얀마의 즉각적 폭력중단과 모든 당사자의 자제 ▲ 국민을 위한 평화적 해결책을 찾기 위한 건설적 대화 ▲ 아세안 의장과 사무총장이 특사로서 대화 중재 ▲ 인도적 지원 제공 ▲ 특사와 대표단의 미얀마 방문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미얀마 사태' 아세안정상회의…폭력중단·특사방문 등 합의(종합)
미얀마 민주진영과 국제사회의 핵심 요구 사항 가운데 하나인 정치범 석방 문제는 해당 요구가 있었음을 확인하는 수준으로 반영됐다.

아세안 정상들의 이날 합의로 군부 쿠데타 이후 악화일로로 치닫던 미얀마 유혈사태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날 오후 자카르타의 아세안 사무국 청사에서 열린 특별정상회의에는 쿠데타를 일으킨 미얀마 군부를 이끄는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이 직접 참석했다.

나머지 9개국 가운데 태국·필리핀·라오스 등 3개국 정상은 불참하고, 외교부 장관들이 대신 참석했다.

3개국 정상이 불참하면서 '아세안 참관 속 재선거 조기 실시'와 같은 극적 타결은 나오기 어려울 것으로 점쳐졌다.

하지만, 흘라잉 최고사령관이 다른 정상들이 공통으로 요구하는 발언을 대부분 수용하면서 의장 명의 성명을 도출하는 성과가 나왔다.

'미얀마 사태' 아세안정상회의…폭력중단·특사방문 등 합의(종합)
본래 아세안은 '내정 간섭 불가' 원칙에 따라 회원국의 국내 정치 문제를 다룬 적이 없으나, 미얀마의 유혈사태가 계속되자 외교장관 회의에 이어 정상회의가 마련됐다.

브루나이 국왕인 하사날 볼키아 아세안 의장은 성명에서 "우리는 아세안 가족으로서 미얀마의 최근 상황에 대해 면밀히 논의했고, 사망자 발생과 폭력 사태 확대 등에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평화적 해결을 촉진하는 아세안의 건설적 역할을 인정했고, 의장성명에 첨부된 '5대 합의'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다만,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 등 여러 정상이 촉구한 외국인을 포함한 모든 정치범 석방 요구는 '합의안'에 포함되지 않았다.

'미얀마 사태' 아세안정상회의…폭력중단·특사방문 등 합의(종합)
앞서 조코위 대통령은 정상회의 후 "미얀마 내부 모든 당사자와 협력을 위한 아세안 특사를 임명하고, 인도적 지원을 위한 창구 개방, 모든 정치범 석방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싱가포르 리셴룽 총리는 기자들에게 "흘라잉 최고사령관이 우리 얘기를 잘 들었다고,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며 "그는 아세안이 건설적 역할을 하는 것, 아세안 특사의 방문 또는 인도적 지원에 반대하지 않는다면서 아세안과 건설적으로 협력하길 원한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어 "아세안(정상들)이 만나지 않았거나 결론을 도출하지 못했다면 매우 안 좋았을 것"이라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미얀마 사태' 아세안정상회의…폭력중단·특사방문 등 합의(종합)
이날 회의에서 흘라잉 최고사령관은 주어진 발언 시간에 미얀마 내부 상황을 설명하는 데 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미얀마 시민과 민주 진영은 흘라잉 최고사령관의 정상회의 참석 자체를 반대하며 "반인륜 범죄자, 살인자를 초청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세안 회원국들은 사태 해결을 위한 대화가 필요해 초청했을 뿐, 정부 수장으로 인정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날 흘라잉 최고사령관과 정상들이 '5대 합의'를 내놓음에 따라 미얀마 사태에서 아세안이 중재자로서 역할을 이어갈 전망이다.

올해 아세안 의장국인 브루나이의 하사날 볼키아 국왕과 아세안 림 사무총장이 머지않은 시일 내 미얀마를 방문해 군부와 민주 진영 간 대화를 중재할 것으로 보인다.

서방 국가들은 아세안이 미얀마의 회원국 지위 정지와 대미얀마 투자 중단 등 군부를 상대로 강경책을 내놓길 원했지만, 아세안은 '대화의 중재자'를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얀마 사태' 아세안정상회의…폭력중단·특사방문 등 합의(종합)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