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매체, 기후협력에 "미중관계 긍정 신호"…한계 지적도
미국과 중국이 기후변화 문제에 적극 협력하기로 하면서 중국 전문가들은 첨예하게 대립하는 양국 관계의 정상화에 대해 기대와 우려가 뒤섞인 복잡한 전망을 하고 있다.

미중이 기후변화 협력을 계기로 경제와 무역 등 다른 분야에서도 '공통분모'를 찾아야 한다는 기대의 목소리가 나왔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번 협력은 기후변화라는 특정 분야에 한정됐기 때문에 양국의 '간극'을 좁히기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도 적지 않았다.

19일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긍정적 전망을 하는 전문가들은 이번 협력을 50년 전 미중 관계 회복의 물꼬를 뜬 '핑퐁 외교'에 비유한다.

핑퐁 외교는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건립 이후 미중의 공식 관계가 단절된 상황에서 1971년 미국 탁구 선수단의 전격적인 방중이 이듬해 리처드 닉슨 당시 미국 대통령의 방중으로 이어지면서 양국관계 정상화의 신호탄이 됐다.

우신보(吳心伯) 푸단(復旦)대 국제문제연구원장은 "이번 공동 성명은 국제사회의 이익을 책임져야 한다는 양국의 의식을 강조한 긍정적인 신호"라고 평가했고, 위안정(袁征) 중국사회과학원 미국학연구소 선임 연구원도 "세계 최대 탄소 배출국인 두 나라가 협력해야만 세계 거버넌스 계획을 진전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도 이날 사설에서 "미국은 중국과의 핑퐁 외교 정신을 되살려야 한다"며 미중이 50년 전 탁구를 통해 외교 관계를 수립하게 된 과정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중국과 대치 대신 협력하는 것이 상호 이익으로 이어질 것이며, 세계의 도전 해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핑퐁 외교 정신의 회복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이번 협력이 기후변화에 국한된 데다 양국 갈등이 전방위로 확산하고 있어 핑퐁 외교에 비유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미국이 국제사회에서의 패권 회복과 다른 나라에 책임 전가를 위해 기후변화 문제를 이용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위안정 연구원은 "중국은 기후변화 문제에 적극 협력하겠지만, 이 문제를 정치화하는 것에 반대하고 중국에 무리한 요구를 한다면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러위청(樂玉成) 중국 외교부 부부장(차관)도 최근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협력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미국과 중국에 같은 기준을 적용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예컨대, 탄소중립 달성 등에 대한 중국의 목표 시기를 앞당길 것을 요구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그는 "일부 국가가 중국에 탄소중립 달성 시기를 앞당기라고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그것은 비현실적"이라고 말했다.

앞서 중국 생태환경부는 전날 미중이 기후변화 대응에 협력하기로 했다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미국 존 케리 기후변화 대통령 특사가 중국을 방문해 셰전화(解振華) 기후변화 사무 특별대사와 비공개 회담을 한 성과다.

양국은 공동 성명에서 신재생에너지 활용 강화와 녹색 저탄소 교통·에너지 절약 건물 증대 등을 약속하면서 오는 22∼23일 미국 주최 기후정상회의를 기대한다며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정상회의 참가 가능성을 내비쳤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