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기존 합의 어기면 문제 커질 것"…5월 1일 철군 시한 준수 촉구
아프간 대통령 "미군 철수 결정 존중…충분한 방어 능력 있어"
아슈라프 가니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이 오는 9월 11일까지 현지 주둔군을 철수하겠다는 미국의 뜻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15일 톨로뉴스 등 현지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가니 대통령은 전날 조 바이든 대통령의 아프간 미군 철수 방침 발표 후 트위터를 통해 이같이 말했다.

가니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과 미군 철수 문제에 대해 전화로 이야기를 나눴다"며 "미국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다음 단계의 동반자 관계로 이동하게 됐으며 평화 구축에 있어 미국,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계속 협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가니 대통령은 미군이 떠나더라도 정부군에 충분한 방어 능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미군이 철수하면 아프간 정부가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의 공세를 버텨내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를 불식하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가니 대통령은 "아프간의 자랑스러운 치안 병력과 방위군에게는 국민과 나라를 방어할 충분한 능력이 있다"고 말했다.

압둘라 압둘라 아프간 국가화해최고위원회(HCNR) 의장은 탈레반과 함께 평화 구축에 힘써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그는 지난해 9월부터 정부 대표단을 이끌고 탈레반과의 평화협상을 총괄하고 있다.

압둘라 의장은 "이제는 (정부-탈레반 간) 공존의 길을 찾아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아프간의 충돌에서 승자는 없다고 믿는다"며 "탈레반도 이 점을 깨닫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아프간 대통령 "미군 철수 결정 존중…충분한 방어 능력 있어"
탈레반은 미국 결정에 대해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미국의 새 행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의 5월 1일 '철군 시한' 약속을 어기려 한다는 것이다.

탈레반은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기인 지난해 2월 미국과 평화 합의에 서명했다.

미국은 합의에서 14개월 내인 올해 5월 1일까지 미군 등 국제동맹군 철수를 약속했고, 탈레반은 아프간에서의 극단주의 무장조직 활동 방지와 함께 아프간 정파 간 대화 재개 등에 동의했다.

탈레반은 최근 여러 차례 성명을 통해 5월 1일까지 철군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외국군에 대한 공격을 재개하겠다고 경고해왔다.

탈레반 대변인인 자비훌라 무자히드는 전날에도 트럼프 정부와 타결한 합의 내용을 지키라고 미국 측에 촉구했다.

무자히드는 "만약 이 합의에 전념한다면 남은 문제도 풀릴 것이지만 합의를 지키지 않으면 문제들이 분명히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탈레반은 평화협상 보이콧 의사도 밝혔다.

탈레반의 또다른 대변인인 모하마드 나임은 "우리 고국에서 모든 외국군이 완전히 철수할 때까지 아프간에 대한 결정을 내릴 어떤 콘퍼런스에도 참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탈레반과 아프간 정부 간 평화협상은 아직 별다른 성과가 없는 상태다.

탈레반 포로 석방, 아프간 내 외국군 계속 주둔 가능성, 새 정부 체제 관련 이슬람 율법 이슈 등이 걸림돌이 되면서다.

이에 미국의 주도로 터키에서 유엔(UN) 관계자까지 참석하는 평화협상이 추진되고 있었다.

터키 평화협상은 애초 이달 16일 열릴 예정이었지만 탈레반이 참석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밝히자 24일로 개최 날짜가 연기된 상태다.

국토의 90%가량을 장악했던 탈레반은 2001년 9·11 테러를 일으킨 오사마 빈 라덴을 비호했다는 이유로 미국의 침공을 받아 정권을 잃었다.

탈레반은 이후 반격에 나섰고 현재 국토의 절반 이상에서 영향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받는다.

아프간 대통령 "미군 철수 결정 존중…충분한 방어 능력 있어"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