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79세는 2.48% 불과…중앙-지방정부 지침 엇박자 '난맥상'
코로나 백신 접종 넉달째인데…이탈리아 80세 이상 접종률 39%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망자가 하루 수백 명씩 나오는 이탈리아에서 고령층에 대한 백신 접종이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면서 추가 인명피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12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정부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80세 이상 고령층 가운데 2차 접종까지 완료한 인원은 39%, 1차 접종만 한 인원은 68%로 집계됐다.

작년 12월 27일 백신 접종 캠페인을 개시한 이래 3개월 보름여가 지난 뒤의 성적표다.

80세 이상 연령대에 대한 접종이 이처럼 더디다 보니 그 아래인 70∼79세 연령대는 아예 백신을 구경조차 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해당 연령대에서 2차 접종을 마친 인구 비율은 2.48%, 1차 접종만 한 인원은 19.9%로 한참 낮다.

현지에서는 백신 제조사들의 생산 차질로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은 것을 근본 원인으로 꼽지만 이에 더해 내부적인 난맥상을 지적하는 의견도 많다.

이탈리아 중앙정부는 애초 백신 접종 지침을 통해 의료진과 함께 80세 이상을 최우선 접종 대상으로 지정했다.

이들 고령층의 치명률이 압도적으로 높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하지만 외교·국방을 제외한 거의 모든 행정 분야에서 상당한 수준의 자치권을 행사하는 지방정부에서는 이러한 중앙정부 지침이 외면받거나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코로나 백신 접종 넉달째인데…이탈리아 80세 이상 접종률 39%
많은 지방정부는 정치적 이유로 연령과 관계없이 특정 전문직 종사자들을 최우선 접종 리스트에 포함하면서 물량을 분산시키는 우를 범했다.

중부 몰리세의 언론인 직군, 시칠리아주의 변호사 직군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렇다 보니 90세 이상 고령층마저 장기간 대기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지난달 말 일간 라 레푸블리카에는 "거동이 불편한 91세 모친이 석 달 동안 집에서 백신 접종을 기다리고 있다.

서둘러달라"고 호소하는 남부 캄파니아주 주민의 사연이 보도돼 안타까움을 샀다.

이런 가운데 이탈리아에서는 여전히 하루 300∼400명대의 코로나19 사망자 수가 쏟아져나오는 추세다.

지난 9일에는 하루 718명의 사망자가 발생해 작년 12월 15일(846명) 이래 넉 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작년 2월 바이러스 사태 발발 이래 11일 현재까지 이탈리아의 누적 사망자 수는 11만4천254명으로 영국·브라질·멕시코·인도·영국 등에 이어 세계에서 여섯 번째로 많다.

백신 접종이 시작된 작년 12월 27일부터 이달 11일까지 사망자 수만 4만2천여 명에 달한다.

현지 국제정치연구기관 'ISPI'는 80세 이상 연령층에 백신 캠페인을 집중했다면 해당 기간 치명률을 40% 가까이 낮출 수 있었을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마리오 드라기 총리는 최근 기자회견에서 조만간 백신 수급이 거의 정상화돼 이달 말까지 80세 이상 전부와 70세 이상 대부분이 접종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보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공급 문제를 떠나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엇박자와 구조적 난맥상이 지속하면 이러한 공언이 희망사항에 그칠 것이라는 지적도 많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