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턴DC에서 승용차 한 대가 2일(현지시간) 연방 의사당 쪽으로 돌진해 경찰 1명이 숨지고 용의자가 경찰 총에 맞아 숨지는 사건이 발생해 미국 사회가 또 다시 뒤숭숭해졌다. 지난 1월6일 친트럼프 시위대의 의사당 난입 3개월만에 의사당 관련 사건이 발생하면서다.

미 의회 경찰 발표와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이날 오후 1시쯤 푸른색 승용차 한 대가 의사당 북쪽 검문소 근처로 돌진해 경찰 두 명을 덮친 뒤 바리케이드를 들이받고 멈췄다. 이후 용의자는 손에 칼을 쥔채 차 문을 열고 나와 경찰에 달려들었다가 총을 맞고 검거됐다.

이후 경찰관 2명과 용의자가 병원에 이송됐고 이 중 경찰관 1명과 용의자가 숨졌다. 다른 한 명의 경찰은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용의자는 버지니아주에 거주하는 25세 남성 노아 그린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용의자가 경찰 감시망에 올라 있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로버트 콘티 워싱턴DC 경찰청장 대행은 기자들에게 "테러 연관성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테러와 연관성이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계속 조사할 것이라고 했다.
美 의사당에 차량 돌진해 경찰 사망…또 뒤숭숭한 워싱턴 [주용석의 워싱턴인사이드]
이와관련, 뉴욕타임스는 "의사당 공격 용의자는 루이스 패러칸 추종자였던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WP)도 그린이 페이스북에 '영혼의 여행'이 시작됐다며 "지난 몇년간 힘들었고 지난 몇달간은 더 힘들었다"고 썼으며 자신을 "루이스 패러칸의 추종자"로 묘사했다고 보도했다. 루이스 패러칸은 반유대주의를 부추긴 미국 이슬람 지도자로 알려져 있다.

WP는 "그린과 버지니아주 아파트에 같이 살았던 형제는 그린이 약물 복용과 피해망상에 시달렸고 가족들은 그의 정신 상태를 걱정했다고 말했다"고도 전했다.

이번 사건으로 두 시간 넘게 의회가 봉쇄됐다. 의사당 내부에 있는 사람들에겐 '창문에서 떨어지라'는 경고가, 의사당 밖에 있는 사람들에겐 '숨을 곳을 찾으라'는 경고가 내려졌다. 한동안 인근 도로의 통행이 차단됐다. 의사당 주변에 있던 주방위군의 경계도 강화됐다. 주방위군은 의사당 폭동 이후 상당수 철수했지만 여전히 의사당 주변에 2300여명이 배치돼 있다.

한 워싱턴 주민은 WP에 "이런 일이 여전히 일어날 수 있다는데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통해 이번 사건으로 경찰이 숨지고 동료가 사투를 벌이게 돼 "가슴이 찢어진다"며 조기 게양을 지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사건 발생 직전 백악관을 떠나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로 이동한 상태였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