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스트 분석…고령사회·국경없는 자유가 한몫
"진짜 이유는 멘탈…'위기 속 강해진다' 격언에 취해 안주"
코로나19 대응 '총체적 실패' 유럽…무엇이 잘못됐을까

"확진자 3천986만4천명. 사망자 91만7천여명."
국제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가 집계한 2일 기준 유럽대륙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다.

북미와 남미, 아시아, 아프리카, 오세아니아 등 어떤 대륙보다 많다.

부유하고 우수한 보건복지 체계를 갖췄으며 과학이 발달한, 국가가 시민을 돌봐야 한다는 정치적 합의도 존재하는 유럽이 코로나19에 대응에 실패한 원인은 무엇일까.

다른 지역보다 인구가 고령화됐고 국가 간 이동이 쉽다는 점도 한 원인이다.

다만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유럽연합(EU)이 '유럽은 위기 속에 강해질 것'이라는 격언에 취해 코로나19 대응책을 수립한 뒤 그에 안주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정치 분야에서는 대표사례로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가 27개 회원국을 대신 백신 구매에 나선 것이 꼽혔다.

방안 자체는 합리적이나 EU 관료조직이 제약사와 협상을 잘못 진행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지적했다.

백신 가격에 지나치게 관심을 쏟고 백신을 안정적으로 공급받는 문제엔 너무 신경을 안 썼다는 것이다.

접종 후 문제가 생겼을 때 누가 책임질지를 두고 의미 없는 실랑이도 벌였다.

결국 EU는 백신접종 면에서 영국이나 미국 등보다 많이 뒤처졌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영국과 미국에선 성인 58%와 38%가 백신을 접종받았지만, EU는 시민 14%만 백신을 맞았다.

경제 분야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EU는 코로나19 경기침체에 대응해 7천500억유로(약 996조원) 경제회복기금(넥스트 제너레이션 EU 펀드)을 조성하는 데 성공했지만 아직도 집행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회원국과 집행위가 개별프로그램을 두고 다툼을 계속하느라 기금이 처음 집행되기까지 아직도 수개월 남았고 내년이 끝날 때까지도 4분의 1가량만 지출될 전망이라고 지적했다.

또 경제회복기금을 고려해도 향후 7년간 EU의 예산이 국내총생산(GDP)의 2% 수준으로 이 비율이 통상 40%에 이르는 다른 국가들에 견줘 과도하게 조심스러운 것이라고 덧붙였다.

돈을 쓰지 않은 여파는 클 것으로 이코노미스트는 전망했다.

이코노미스트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때 경기부양에 4조 달러 가까이(약 4천510조4천억원) 사용하고 최근 조 바이든 대통령이 1조9천억 달러(2천142조4천억원) 경기부양책을 내놓은 미국은 내년까지 경제가 2019년에 견줘 6%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유럽은 코로나19 대유행 이전 수준을 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코노미스트는 "냉혹히 말하면 EU가 연속적인 위기들에 적절히 대응하는 데 실패하면서 미국과 중국에 뒤처졌다"라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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