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허락 없이 취직·여행·운전 못해…결혼 전 '처녀 증명서' 요구받아"
카타르 정부 "여성의 사회참여 진전 희망…이미 고위직에 많이 진출"
국제인권단체 "카타르 여성들, 남성 중심 사회 속 결정권 침해"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이 열리는 카타르에서 여성들이 남성 중심의 사회 속에 인권을 침해받고 있다고 국제인권단체가 주장했다.

29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 보도에 따르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최근 낸 보고서에서 카타르 여성들이 결혼·여행·구직·교육·육아 등에 있어서 스스로 의사결정을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HRW 조사관들은 카타르의 27가지 법률을 검토한 결과 카타르 여성이 많은 분야에서 기본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남성 보호자의 허락이 필요하다고 결론 내렸다.

보고서에 따르면 카타르 여성들은 그들이 낳은 자녀의 주된 보호자가 될 수 없었다.

이는 설사 이혼하거나 배우자가 사망한 경우에도 마찬가지였다.

아버지를 잃은 아이에게 남성 친척이 없는 경우에는 정부가 보호자 역할을 대신한다.

HRW와 인터뷰한 카타르 여성들은 결혼 상대 결정은 물론 해외여행, 자동차를 몰기 위해서도 남성 보호자가 허락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인터뷰에 응한 한 카타르 여성은 "카타르 소녀들은 항상 격리 상태"라면서 "(팬데믹으로) 전 세계가 처음 겪고 있는 경험이 카타르 소녀들에게는 일상이다"라고 말했다.

로스나 베굼 HRW 조사관은 "카타르 정부는 여성들이 규칙을 알기를 원치 않는다"며 "당국은 남성이 권력을 가지고 통제하기를 원하고 있기 때문에 법이 바뀌더라도 이를 여성들에게 알리려고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국제인권단체 "카타르 여성들, 남성 중심 사회 속 결정권 침해"
베굼 조사관은 "정부는 여성이 직업을 구할 때 남성의 허가가 필요 없다고 주장하지만, 실제 카타르에서 여성들이 취직할 때 남성 보호자의 허가증을 가져올 것을 요구받는 것이 현실"이라고 전했다.

일부 카타르 여성들은 결혼을 앞두고 처녀성을 증명하는 병원 진단서를 요구받는다고 베굼은 전했다.

카타르에는 여성들이 성차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기관이나 단체가 없다고 HRW는 밝혔다.

카타르가 2022 월드컵 개최지로 선정된 이후 중동 국가에서의 여성 인권은 지속해서 국제적 관심거리가 돼왔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카타르 정부는 정치나 전문 분야에서 높은 수준의 여성 참여가 진전을 이루기를 바란다면서 카타르 여성들은 많은 분야에서 고위직에 올랐고 최고 수준의 교육을 받고 있다고 반박했다.

국제인권단체 "카타르 여성들, 남성 중심 사회 속 결정권 침해"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