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민주항쟁 주역 Z세대…"통행금지·인터넷 통제 등 물려줄 순 없어"
"민주진영 CRPH 지지하지만 군부와 협상 용납 안해…이길 때까지 싸운다"
"군부독재 아래에선 못살아…내전 벌어지면 군부와 싸울 것"

"내전을 바라지는 않는다.

그러나 (임시정부 격인) 연방의회 대표위원회(CRPH)가 결정해 내전이 시작된다면 우리는 물러서지 않고 미얀마 군부와 싸울 준비가 돼있다"



지난달 6일부터 시작된 반(反) 쿠데타 시위에 줄곧 참여해왔다고 밝힌 젊은 변호사 A씨는 '내전'이라는 말이 나오자 망설임 없이 이렇게 말했다.

지난달 1일 쿠테타로 정권을 찬탈한 군부의 무차별적인 총질로 미얀마 전역에 피비린내가 진동하던 지난 24일 양곤 시내에서 미얀마 'Z세대' 10대 후반에서 20대 중반까지의 청년 4명을 만났다.

Z세대는 일반적으로 1995년 이후, 2000년대 초반 태어난 젊은 층을 말한다.

소셜미디어(SNS)로 대표되는 디지털 환경에서 자랐다는 특징이 있다.

미얀마의 Z세대는 쿠데타 발발 이후 시민 저항 운동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지난달 '군부 쿠데타에 반발해 거리로 나선 시민 세력의 최전선에는 소셜미디어에 능수능란한 Z세대가 있다'며 주목하기도 했다.

텔레그래프는 "이 젊은 세대는 더 많은 자유와 번영, 첨단 기술 속에서 자랐다"라며 "이들은 막 수립된 자유를 군부가 쿠데타로 파괴하고 어두운 시대로 되돌리지 못하도록 대중 집회를 이끌고 있다"라고 전했다.

미얀마 Z세대는 '디지털 원주민'이나 '최초의 소셜네트워크 세대'와 같은 일반적인 Z세대의 특징 외에 자유와 맞닿는 '역사적 접점'이 하나 더 있다.

미얀마 군사정권은 1988년 반군부 시위 이후에 교육통신대학 과정과 계절학기 과정 정도만 남기고 사실상 모든 대학 과정을 폐쇄했다.

그러다가 2014년부터 양곤대학교 등 대학들이 다시 정규교육을 시작했고 이후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교육이 진행됐다.

미얀마 Z세대는 이를 본격적으로 향유하며 자란 세대다.

그런 그들에게 억압과 통제를 필수적으로 수반하는 군부 쿠데타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악(惡)과 같은 것이다.

이동통신사 직원 B씨의 말은 바로 이런 점을 잘 드러냈다.

B씨는 "우리 후손들에게 통행금지, 평화시위 무력 진압, 군부 독재, 인터넷 통제 같은 유산을 물려줄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대학 진학을 준비하고 있다는 C씨는 이를 더 직접적으로 표현했다.

C씨는 "우리 Z세대는 프로게이머, 프로그래머, 인터넷 쇼핑 호스트 같은 직업을 갖고 있다"면서 "인터넷이 통제되면서 우리의 미래는 사라졌다.

꿈과 미래를 찾기 위해 우리는 항쟁한다"고 말했다.

쿠데타에 저항하는 미얀마 Z세대는 시위 방식도 기존과 다르다.

따로 지도자도 없다.

모든 일을 SNS를 통해 많은 이들의 의견을 듣고 이를 존중해 결정한다.

많은 의견 중 다수가 지지하는 것을 따른다.

물론 이에 반대하는 이들은 각자 나름대로 행동하기도 한다.

지난달 12일 소수 민족과 단일 독립국을 건설하자는 합의를 끌어낸 것을 기념하는 '유니언 데이'에 각 소수민족 의상을 입고 나와서 시위를 하자는 의견이 SNS에서 나왔다.

그러나 군부가 장악한 어용 관제 언론이 시위대가 유니언 데이 축하 집회를 열었다며 악용할 소지가 있다는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결국 '소수민족 의상 시위'는 이에 찬성한 이들로만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군부에 의해 가택 연금 중인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이 이끄는 민주주의 민족동맹(NLD)이라고 해서 무조건 좋아하지도 않는다.

로힝야족 학살과 1년간 라카인주 인터넷 차단에 대한 침묵, 군부에 대한 유화책은 수치 문민정부가 잘못한 것이라고 지적한다.

이들은 이런 외부의 시각에 "바르게 본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러면서 임시정부 역할을 하며 군사정권과 맞서고 있는 CRPH에 대해서도 "미얀마 X, Y, Z 세대의 유일한 대표자이고 희망"이라고 인정하면서도, 군부와 또다시 협상하는 것에 대해서는 단호히 반대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CRPH는 수치 고문이 이끄는 '민주주의 민족동맹' 소속으로 총선에 나가 당선된 이들이 군사정권을 부인하며 설립한 단체다.

A씨는 "군부는 소수민족에 저지른 만행에 대해서도 책임을 져야 한다"면서 "군부 독재를 뿌리 뽑고 진정한 민주주의로 가는 길 외에 다른 협상의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한국 유학을 준비 중이라고 밝힌 D씨는 "미얀마 Z세대는 절대로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길 때까지 어떤 방법으로든지 끝까지 싸우겠다고 결심했다.

군부 독재 하에서는 살지 않겠다"고 결기를 드러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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