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국제관계특사 해외 여론전·美사무소도 개설…'감금' 수치 대신 저항 사령탑
'연방 민주주의·내전' 시사하며 군정에 경고 메시지…허찔린 군정 "최대 사형 반역죄"
군정 학살에 맞선다…목소리 키우는 미얀마 민주진영 '임시정부'

쿠데타 저항 움직임에 대한 미얀마 군부의 유혈 탄압 강도가 가팔라지는 가운데 이에 맞서는 미얀마 '임시정부'도 최근 강경한 목소리를 내고 있어 주목된다.

실권자인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과 윈 민 대통령이 쿠데타 직후부터 군부에 가택 연금돼 한 달 반 동안 국민 앞에 나서지 못하는 상황에서 군사 정권에 맞서 실질적인 사령탑 역할을 하며 보폭을 넓히는 모양새다.

◇ 연방의회 대표위원회(CRPH), 군정 맞선 '사령탑' 역할…미국에 사무소도 개설
이 역할을 하는 기구는 사실상의 임시정부인 '연방의회 대표위원회'(CRPH)다.

군부가 '선거 부정'을 이유로 결과를 인정하지 않은 지난해 11월 총선에서 수치 고문이 이끈 민주주의 민족동맹(NLD) 소속으로 당선된 이들이 구성했다.

쿠데타 발발 나흘만인 지난달 5일 당선자 15명이 합법정부 지원을 표방하며 결성했고, 이후 소수민족을 대표하는 정당 소속 의원 2명이 합류했다.

CRPH는 약 보름 뒤인 같은 달 22일 서부 친주(州)에서 자선 의료재단을 운영하는 의사인 사사를 유엔 특사로 선임했다.

또 1990년대 민주화를 위한 학생 운동에 참여했다가 옥고를 치른 틴 린 아웅을 국제관계 대표로 임명했다.

그러면서 유엔을 비롯한 국제기구는 물론 외국 정부와 소통을 위해 틴 린 아웅이 거주하는 미국 메릴랜드주(州)에 국제관계 사무소를 개설했다.

CRPH는 이를 계기로 쿠데타를 일으킨 군사정부를 거부하고 CRPH와 공식적으로 소통해달라고 국제사회에 요청했다.

쿠데타로 선거를 통해 탄생한 문민정부 2기를 전복하고 권력을 빼앗은 군사정권에 합법성과 정통성이 없다고 공식 선언한 셈이다.

군정 학살에 맞선다…목소리 키우는 미얀마 민주진영 '임시정부'
CRPH는 이달 초에는 자체적으로 9개 부처 장관도 발표했다.

NLD 소속으로 작년 총선에서 당선된 인사 3명을 외교부 등 6개 부처 장관 대행으로 임명했다.

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처에 중요한 역할을 한 조 와이 소 양곤 제1의대 총장이 체육관광부 등 3개 부처 장관 대행으로 이름을 올렸다.

CRPH는 부통령 대행도 임명해 임시정부로서의 모습도 갖췄다.

만 윈 까잉 딴 부통령 대행은 소수 민족인 카렌족 출신으로 과거 상원의장을 지냈다.

군정 학살에 맞선다…목소리 키우는 미얀마 민주진영 '임시정부'
◇ 유엔 등 국제사회 상대 여론전…'내전·연방 민주주의'로 군부 자극
CRPH가 임명한 이들은 내외부에서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이가 사사 특사다.

사사 특사는 임명 직후부터 국제사회에 미얀마 상황은 물론 CRPH의 입장을 설명했다.

국제사회의 관심과 행동을 촉구하는 것은 물론, 지난 15일 스카이 뉴스와 인터뷰에서는 "유혈 사태가 계속되는데도 국제사회가 미얀마 군부를 압박하는 데 협력하지 못한다면, 전면적인 내전이 발발할 수 있다"고 언급해 군부를 자극했다.

군정 학살에 맞선다…목소리 키우는 미얀마 민주진영 '임시정부'
초 모 툰 주유엔 대사도 CRPH의 핵심 인물로 떠올랐다.

초 모 툰 대사는 지난달 26일 유엔 총회에서 쿠데타 군정의 즉각 종식과 이를 위한 국제사회 지원을 호소한 연설로 전 세계 외교가의 주목을 받았다.

그는 연설에서 CRPH 편에 설 것임을 분명히 한 바 있다.

당시 그가 연설을 마치며 저항의 상징으로 널리 퍼진 '세 손가락' 경례를 한 모습은 미얀마 국민들에게 많은 호응을 받았다.

세 손가락 경례는 영화 '헝거 게임'에 나온 것을 차용한 것으로, 태국의 반정부 시위에서 저항의 상징으로 사용됐지만, 쿠데타 이후에 미얀마 국민들 사이에서도 널리 퍼졌다.

군정 학살에 맞선다…목소리 키우는 미얀마 민주진영 '임시정부'
만 윈 까잉 딴 부통령 대행은 지난 13일 은신처에서 페이스북을 통해 처음으로 대중연설을 했다.

그는 연설에서 "지금은 이 나라에 있어 가장 어두운 순간이지만 여명이 멀지 않았다"고 밝혔다고 외신이 전했다.

그러면서 "수십 년 동안 독재의 다양한 억압을 겪어 온 모든 민족 형제가 진정 바라는 연방 민주주의를 얻기 위한 이번 혁명은 우리가 힘을 하나로 모을 기회"라고 강조했다.

연설에서는 특히 '연방 민주주의'가 주목을 받았다.

로이터 통신은 CRPH가 연방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미얀마의 여러 지역을 장악하고 있는 소수 민족 무장단체 대표들을 만나고 있다고 전했다.

국제사회가 사실상 아무런 역할을 못 하는 가운데, 임시정부가 군정의 총에 맞서기 위해 무장 세력의 '힘'을 이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사사 특사가 이틀 후 언론 인터뷰에서 내전 가능성을 주장하면서, '무장단체 연대' 부분을 언급한 것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군정 학살에 맞선다…목소리 키우는 미얀마 민주진영 '임시정부'
◇ '수치 발 묶으면 끝일 줄 알았는데'…허 찔린 군부, 강력 처벌 방침 천명
쿠데타 당일 새벽 수치 고문과 윈 민 대통령을 구금함으로써 민주 진영의 저항을 일거에 잡을 것으로 생각했던 군부는 허를 찔린 눈치다.

CRPH 및 관련 인사에 대한 처벌 방침을 잇달아 천명한 것이 방증이다.

군정은 이달 초 관영 일간지인 '글로벌 뉴라이트 오브 미얀마'를 통해 군정을 인정하지 않고 결성된 CRPH에 대해 반역죄를 저지르고 있다며, 최대 사형 또는 징역 22년 형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CRPH와 연락하는 이들도 징역 7년 형을 받을 수 있다고 겁박했다.

초 모 툰 유엔 대사에 대해서는 해임 조처를 내렸다.

하지만 당사자인 그는 이를 거부했다.

군부는 이와 함께 내전 가능성 언급 사실이 언론에 보도된 지난 16일 사사 특사도 반역죄로 기소했다.

시민불복종 운동을 부추긴 점, 국제사회 제재를 촉구한 점 그리고 불법 조직인 CRPH의 유엔 특사로 활동하고 있다는 혐의를 들었다.

그러나 CRPH는 미얀마의 테러리스트 단체(CRPH가 군정을 부르는 이름)는 국민에게 어떤 꼬리표도 붙일 권한이 없다면서 임시정부로서 군정에 맞설 것임을 다시 한번 분명히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