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세계 최대 통신장비업체 중국 화웨이에 대한 수출 통제를 강화한 것으로 11일(현지시간) 알려졌다. 12일 ‘중국 포위망’ 성격의 쿼드(Quad) 정상회의와 18~19일 미·중 고위급 회담 직전에 미·중 기술패권 경쟁의 상징으로 꼽히는 화웨이를 때린 것이다. 미·중 고위급 회담과 관련해서도 “(중국 측) 사정을 봐주지 않을 것”이라고 압박했다.
쿼드 정상회의 직전 화웨이 때린 美…"中과 전략대화 않겠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바이든 행정부는 화웨이에 대한 반도체, 배터리, 안테나 등 5세대(5G) 통신장비용 부품 수출 통제를 강화했다. 이에 따라 화웨이와 공급업체 간 기존 수출 계약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때 화웨이를 국가안보 위협으로 지목해 수출 통제를 시작했다. 바이든 행정부도 이 기조를 이어간 것이다. 돈 그레이브스 상무부 부장관 지명자는 이날 상원 인준청문회에서 “화웨이에 대한 수출 규제를 폐지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12일 오전 화상으로 열린 첫 쿼드 정상회의에서도 5G를 비롯한 사이버 보안 관련 기술 기준 확립, 동남아시아 국가에 코로나19 백신 지원 등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이 필수적”이라며 “미국은 그 지역의 안정을 위해 쿼드와의 협력에 전념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 통신장비 시장과 글로벌 백신 외교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견제하기 위한 목적이다. 쿼드는 미국, 일본, 호주, 인도 4개국의 안보협의체로 중국 견제 성격이 강하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인 2019년 9월 뉴욕, 2020년 10월 도쿄에서 1, 2차 쿼드 외교장관 회담이 열렸다. 이어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달 화상으로 3차 쿼드 외교장관 회담을 개최한 데 이어 이번에 첫 정상회의를 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쿼드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중국 견제를 위한 아시아 외교전에 나선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이 16~18일 일본과 한국을 잇따라 방문해 트럼프 행정부 때 흐트러진 한·미·일 3각 협력체제 복원을 꾀한다. 이어 18~19일 미국 측에선 블링컨 장관과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중국 측에선 양제츠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과 왕이 외교부 장관이 참석하는 고위급 회담을 알래스카에서 개최한다.

회담 일정에서부터 바이든 행정부의 ‘동맹 강화 후 중국 압박’ 전략이 뚜렷이 드러난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바이든 행정부는 미·중 고위급 회담에서 ‘대화를 위한 대화’는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11일 정례 브리핑에서 “대만이든, 홍콩 민주주의를 저지하려는 시도든, 경제적 관계든 우리가 가진 우려와 이슈(제기)를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도 브리핑을 통해 “우리가 동의하지 않는 영역을 논의하는 데 있어 사정을 봐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블링컨 장관도 전날 하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서 미·중 고위급 회담에 대해 “전략대화가 아니며 후속 대화를 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중국 외교부가 “미국의 요청에 응해 가까운 시일에 고위급 전략대화를 할 것”이라고 밝혔는데 이를 정면 부인한 것이다. 미국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미·중 전략대화를 했는데 바이든 행정부는 전략대화 부활에 선을 그은 것으로 해석된다. 블링컨 장관은 청문회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올해 말 개최 예정인 민주주의 정상회의에 대만이 참여하도록 하겠다”며 중국이 가장 민감해하는 대만 문제까지 거론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