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매체 "친중파 능력 낮게 평가"…홍콩 범민주파 궤멸 위기
"중국, 홍콩 친중파를 '지는 패'로 여겨 선거제 개편"
중국이 홍콩의 직접 통제 강화를 위해 홍콩 선거제 개편을 추진하면서 홍콩 범민주파 진영은 궤멸 위기에 처할 전망이다.

아직 선거제 개편안의 세부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현재까지 공개된 큰 틀만 봐도 홍콩의 반중·반정부 진영은 공직 선거 출마 자체가 어렵게 됐다.

홍콩 최대 야당인 민주당의 로킨헤이(羅健熙) 주석은 전날 연합뉴스와 전화통화에서 "이제 범민주 진영에서는 어떤 선거도 출마하는 게 힘들어졌다.

문턱이 높아졌다.

자격 심사위원회가 후보자들의 정치적 신념을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상황에서는 우리 쪽 많은 정치인들의 선거 출마 의지나 정치 참여 의지가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중국, 홍콩 친중파를 '지는 패'로 여겨 선거제 개편"
◇ 홍콩 친중파가 입법회 3분의 2 차지할 수 있게 설계
홍콩 명보는 12일 "중국이 홍콩 친중파를 '지는 패'로 여겨 홍콩 선거제를 개편했다"고 보도했다.

명보는 "이번 선거제 개편안으로 친중파가 입법회(홍콩 의회)에서 3분 2 이상을 차지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는 중국 고위 당국이 이번 선거제 개편안을 설계하면서 홍콩 친중파의 능력을 결코 높게 평가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앞서 중국 정부가 홍콩 선거제 개편을 추진하면서 홍콩 내 친중파의 의견도 묻지 않았다는 보도가 나온 바 있다.

중국 정부가 2019년 대규모 반정부 시위 후 홍콩 행정부와 친중파 세력, 일부 기업인들의 능력은 물론, 충성도를 의심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홍콩 범민주진영이 2019년 11월 구의회 의원 선거에서 압승을 차지하고 여세를 몰아 입법회 과반석 차지를 목표로 내걸자 중국 정부는 홍콩 선거제 개편에 뛰어들었다.

현재 입법회는 선출직 35석, 직능대표 35석 등 총 70석으로 구성돼있다.

범민주진영은 '35플러스' 운동을 펼치며 입법회에서 과반수를 장악해 행정부를 강력 견제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이번 선거제 개편으로 범민주진영이 입법회에서 과반수를 차지하는 게 불가능해진 것은 물론이고, 입법회 진입 자체가 어려워졌다.

개편안에 따르면 입법회 의원수는 90석으로 늘어나고 행정장관 선거인단(이하 선거인단) 내에서 선출하는 의석이 추가된다.

하지만 각각 몇석씩 할당할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홍콩 언론은 90석 중 선출직은 20~30석으로 줄어들고 직능대표가 30석, 선거인단이 30~40석을 가져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직능단체 대표와 선거인단은 현재도 친중 진영이 우위를 점하고 있는데, 이번 개편안으로 이들 세력의 '완전 장악'이 가능해질 것으로 점쳐진다.

"중국, 홍콩 친중파를 '지는 패'로 여겨 선거제 개편"
◇ '애국심' 무장한 선거인단·자격 심사위원회가 선거 좌지우지
선거제가 개편되면 선거인단의 권한이 확대되고, 공직 선거 출마자격 심사위원회가 신설된다.

중국이 내건 '애국자가 통치하는 홍콩' 원칙 아래 이들 두 기구가 홍콩 선거를 좌지우지하게 된다.

선거인단은 현재 행정장관 후보와 행정장관을 선출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앞으로는 일부 입법회 의원도 선거인단 중에서 배출된다.

심지어 선거인단이 모든 입법회 의원 출마자의 자격도 심사해 후보자를 지명한다,
출마자격 심사위원회에서는 선거인단과 행정장관, 입법회 의원 후보자의 자격을 심사한다.

입법회 의원 출마자는 두 기구가 모두 자격을 심사하는 구조인 것이다.

세부적인 내용은 이르면 이달 말 열릴 전인대 상무위원회에서 결정된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행정장관을 선출하는 선거인단이 '비애국적'으로 보이는 반대파를 효과적으로 차단하도록 하고 입법회 의원 후보를 지명하는 역할을 갖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선거인단 규모도 1천200명에서 1천500명으로 늘어난다.

현재 선거인단은 공상(工商)·금융(金融)계 300명, 전업(專業·전문직)계 300명, 노공(勞工·노동)·사회복무(서비스)·종교계 300명, 입법회 의원 등 정계 300명으로 구성된다.

4개 분야 1천200명이다.

신화통신은 선거인단에 전인대·정협 홍콩 대표단(각 36명·200명)과 '홍콩의 관련 국가 단체 회원'으로 구성된 5번째 분야 300명이 추가된다고 보도했다.

SCMP는 "선거인단에 중국 충성파 300명이 늘어난 반면, 기존에 야권을 지지해온 사회분야(노공·사회복무·종교계) 구성원이 달라질 것"이라고 전했다.

또 "정계 300명의 구성에서 '구의회 의원'이라는 표현이 사라지고, '지역 조직 대표'라는 표현으로 바뀌었다"고 밝혔다.

선거인단에서 현재 범주진영이 장악한 구의회 의원 몫 117석이 없어질 것이라는 얘기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