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전산 방문 요르단 왕세자와 의전 갈등이 요인…총리 부인 입원도 영향"
지난해 9월 UAE와 관계 정상화 이후 4번째 방문 취소
이스라엘 총리, UAE 첫 방문 전격 취소…"요르단이 항로 봉쇄"(종합)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총선을 앞두고 야심 차게 계획했던 걸프 지역 아랍 수교국 아랍에미리트(UAE) 첫 방문을 전격 취소했다.

이로써 지난해 9월 양국 관계 정상화 이후 추진된 네타냐후 총리의 UAE 방문 계획은 4차례나 취소됐다.

이스라엘 총리실은 11일(이하 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네타냐후 총리의 이날 UAE 방문 계획이 취소됐다고 밝혔다.

네타냐후 총리를 비롯한 방문단은 이날 오전 중 출발할 예정이었으나, 알 수 없는 이유로 출발이 지연되다가 결국 오후에 방문 취소 발표가 나왔다.

총리실 측은 방문 계획 취소가 "요르단과의 여객기 영공 통과 협조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전날 예루살렘 성지를 방문하려던 요르단 왕세자의 의전 문제로 인한 갈등이 항로 봉쇄의 원인이라는 설명도 곁들였다.

요르단이 뒤늦게 네타냐후 총리 일행이 이용할 항공기의 영공 진입을 허용했지만, 일정이 너무 지체돼 방문 계획을 취소했다고 총리실은 부연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요르단의 후세인 빈 압둘라 왕세자는 전날 예루살렘에 있는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의 성지 '성전산'(Temple Mount)에 있는 알-악사 사원을 방문하기로 하고 이스라엘 국경에 도착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왕세자의 경호원 수가 사전에 허가된 것보다 많다는 이유로 제지했고, 결국 후세인 왕세자는 실랑이 끝에 성전산 방문을 취소하고 돌아갔다.

이와 관련 요르단 측은 알-악사 사원에 대한 전면적인 방문 금지 조처를 방지하기 위해 왕세자가 발길을 돌렸다는 입장을 내놓았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이에 대해 베니 간츠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은 "요르단 국왕과의 불편한 관계는 15년 네타냐후 정부의 실패를 보여준다"며 "이스라엘과 요르단 간의 전략적 관계 균열의 책임은 네타냐후 총리에게 있다"고 말했다.

중도성향의 정당인 청백당 대표인 간츠는 우파정당인 리쿠드당 지도자인 네타냐후 주도의 연정에 참여해 국방부 장관직을 맡았지만, 네타냐후 총리와는 국정을 두고 사사건건 각을 세우는 정적관계다.

현지 언론은 또 총리 배우자가 갑자기 입원한 것도 방문 계획 취소에 영향을 미쳤다고 전했다.

실제로 네타냐후 총리의 부인인 사라 네타냐후는 이날 새벽 몸이 좋지 않아 병원을 찾았고, 충수염 진단을 받고 입원 중이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해 외교관계를 정상화한 UAE를 이날 처음으로 공식 방문할 예정이었다.

특히 그는 UAE에서 셰이크 무함마드 빈 자예드 알나흐얀 아부다비 왕세자는 물론 사우디아라비아의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도 만날 계획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총선을 불과 열흘여 앞둔 네타냐후 총리가 아랍계 유권자의 표심을 겨냥해 UAE 방문을 강행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한편,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해 9월 미국의 중재로 UAE, 바레인 등과 관계를 정상화한 뒤 이들 국가 방문을 계획했으나 코로나19 등 여파로 그 계획이 3차례나 취소한 바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