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만에 답변받아낸 엄마는 "영웅", 아널드 슈워제네거 편지

영국 법원에서 이산화질소와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이 사망 원인으로 처음으로 인정됐다.

찻길 옆 25m에 살던 아동, 영국서 '대기오염 사망' 첫 인정
16일(현지시간) 영국에서 자동차 매연으로 인한 대기오염이 천식을 앓던 9세 아동 엘라 키시-데브라의 사망 원인에 포함된다는 결론이 나왔다고 가디언과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필립 발로우 검시관은 2주간에 걸친 공판 끝에 엘라가 "과도한 대기오염 영향으로 천식으로 사망했다고 결론내렸다"고 밝혔다.

법의학 전문가인 발로우 검시관은 엘라가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을 넘는 수준의 이산화질소와 미세먼지에 노출됐으며, 이는 주로 자동차 배기가스에서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엘라의 사망진단서에 사망 원인을 급성 호흡부전, 심각한 천식, 대기오염에 노출이라고 기록할 것이라고 말했다.

엘라는 2013년 2월 사망하기까지 런던 남동부의 교통량이 많은 한 도로에서 25m 떨어진 집에서 살았다.

체조 대회에서 메달을 따올 정도로 건강했던 엘라는 2010년 천식 발작을 시작한 뒤 병원에 30차례 넘게 실려 가는 등 고통을 겪다가 사망했다.

2014년 처음으로 사망 원인에 관한 조사가 이뤄졌을 때는 환경에 관한 언급은 없었다.

그러나 교사 출신인 엄마가 딸의 이름으로 천식 아동을 위한 모금을 시작하면서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그는 "엘라가 사망할 무렵에 이 지역 대기오염 수치가 크게 치솟았다고 알려주는 전화를 받았다"고 말했다.

집 주변 도로의 공기 중 이산화질소 수준은 2006년∼ 2010년에 법적 최대치인 연 40㎍/㎥를 계속 초과했다.

엘라가 도로를 따라 학교까지 걸어 다닐 때 가족은 대기오염 문제를 인지하지 못했고 아무도 경고해주지 않았다.

찻길 옆 25m에 살던 아동, 영국서 '대기오염 사망' 첫 인정
스티븐 홀게이트 교수는 의료기록을 분석해 엘라의 사망이 대기오염과 관련됐으며, 주거환경을 바꿨다면 다른 결과가 나왔을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엘라는 다른 천식환자와 달리 겨울철 대기 오염이 심해질 때 발작이 나타났다고 홀게이트 교수는 전했다.

검시관 법원에선 지난 2주간 정부 부처와 지역 당국 담당자, 런던 시장 등을 상대로 대기오염 위험성 공지 여부와 엘라의 집 부근에서 대기오염 수준을 낮추기 위해 어떤 조치를 했는지 심문했다.

영국 언론들은 딸의 사망 후 7년간 끈질기게 원인 규명에 매달려온 엄마의 노력이 결실을 봤으며, 앞으로 대기오염으로 인한 피해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사디크 칸 런던 시장은 이번 결론을 두고 획기적이라며 런던 시내 배출가스 규제 강화 등과 같은 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캘리포니아 주지사를 지낸 영화배우 아널드 슈워제네거는 엘라의 엄마를 '영웅'이라고 칭송하는 서한을 썼다.

영국에서 연 2만8천명에서 3만6천명이 대기오염 때문에 사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