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차기 미국 행정부의 경제정책을 여성이 주도하게 됐다. 재무장관에 이어 ‘대통령의 경제교사’인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과 백악관 요직인 예산관리국(OMB) 국장까지 여성이 싹쓸이했다. 전통적으로 남성 중심이었던 경제팀이 ‘여성천하’로 바뀐 것이다. 또 백악관 대변인 등 공보팀 핵심 참모 7명도 전원 여성으로 채워졌다.
'여성 천하' 바이든 경제팀은 진보 성향…공격적 재정확대 예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29일(현지시간) 바이든 당선인이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에 흑인 여성이자 프린스턴대 노동경제학자인 세실리아 라우스(56)를, 백악관 예산관리국장에 인도계 여성인 니라 탠든 미국진보센터 소장(50)을 각각 내정했다고 보도했다. 또 경제자문위원장과 함께 대통령을 보좌할 경제자문위원으로 여성인 헤더 보시 워싱턴공정성장센터 소장(50)과 바이든의 부통령 시절 수석경제학자였던 재러드 번스타인(64)을 함께 내정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경제자문위원회는 설립 74년 만에, 예산관리국은 설립 50년 만에 첫 유색인종 여성 수장이 탄생하게 됐다. 재무부 장관에 재닛 옐런 전 미 중앙은행(Fed) 의장이 발탁되면서 재무부가 231년 만에 처음으로 여성 장관을 맞는 데 이어 경제팀 핵심을 여성이 이끌게 된 것이다.

경제자문위원장에 내정된 라우스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2년간 경제자문위원을 지냈다. 탠든 예산관리국장 내정자는 ‘오바마케어(오바마 정부의 건강보험)’ 설계자 중 한 명이고 보시 경제자문위원 내정자는 후보 시절 바이든에게 일일 경제 브리핑을 했다.

또 여성은 아니지만 재무부 부장관엔 나이지리아에서 태어나 어렸을 때 미국에 건너온 월리 아데예모 전 오바마 행정부 국가안보회의 국제경제담당 부보좌관이 발탁됐다. 상원 인준을 받으면 재무부 역사상 첫 흑인 부장관이 된다.

WSJ는 바이든 행정부 초대 경제팀에는 진보 또는 중도 성향이 많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들 다수는 지금은 재정적자와 국가채무 확대를 걱정할 때가 아니며 경기 회복을 위해 일하지 않는 것이 돈을 너무 많이 빌려 쓰는 위험보다 더 크다고 주장한다”고 지적하며 “이는 재정적자 감축에 초점을 맞춘 클린턴·오바마 행정부 시절 민주당과는 다른 경향”이라고 분석했다.

바이든 당선인은 12월 1일 경제팀 인선을 공식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에 누가 내정됐는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뉴욕타임스(NYT)는 오바마 전 대통령의 보좌관 출신인 브라이언 디스가 위원장에 내정됐다고 보도했지만 WSJ는 디스 외에 Fed 부의장을 지낸 흑인 로저 퍼거슨도 경합 중이라고 전했다.

백악관 공보라인 역시 핵심 요직 일곱 자리에 모두 여성이 발탁됐다. 바이든은 29일 차기 백악관 초대 대변인에 젠 사키 인수위 선임고문(41)을 임명했다고 발표했다. 사키는 오바마 행정부에서 백악관 공보국장을 지냈고 5세 미만의 두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이다.

차기 백악관 공보국장엔 캠프 선대부본부장 출신 케이트 베딩필드(38)가 낙점됐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당선인 대변인에는 대선 캠프 수석보좌관이었던 시몬 샌더스, 퍼스트레이디 질 바이든 여사의 공보국장에는 바이든의 부통령 시절 대변인이던 엘리자베스 알렉산더가 임명됐다. 이밖에 백악관 부대변인, 부통령실 공보국장, 백악관 공보부국장에도 여성이 발탁됐다.

바이든 당선인은 성명에서 “전원 여성으로 구성된 최초의 백악관 선임 공보팀을 발표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사키 백악관 대변인 지명자는 트윗을 통해 “(바이든) 공보팀은 역사상 가장 다양성을 지닌 팀”이라며 “(선임 참모들이)모두 여성이며 아이를 키우는 엄마도 여섯 명”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당선인은 그동안 미국의 인종과 성비를 닮은 내각을 만들겠다고 공언해왔다. 외교안보 라인에 이어 경제팀과 공보팀 인선에도 이런 원칙을 적용했다고 미 언론들은 분석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