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대학입시가 요새처럼 복잡해지기 전엔 “국영수 중심으로 예습 복습 철저히 하라”가 정답처럼 쓰였다. 하지만 당시에도 이 말을 들으면 열에 아홉은 하나 마나 한 뻔한 소리쯤으로 여겼다. “그걸 누가 모르나. 뻔한 거 말고 비법을 알려달라는 건데…”라는 반응이 많았다. “차라리 서울대입구역 3번 출구로 나가서 버스 타라고 하지”라며 투덜대기도 했다.주식투자 붐 탓에 “주식으로 돈 벌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라고 묻는 ‘주린이’(주식+어린이, 주식초보자)가 급증세다. 대개는 주변 사람이 답을 준다. 이런저런 이유로 유망하니까 투자하라고 종목을 찍어준다. “나도 투자했고 이미 짭짤한 수익을 올렸다”는 말까지 보태지면 망설임은 사라진다.이런 경험은 질문을 ‘주식으로 돈 벌려면’이 아니라 ‘뭘 사야 돈 벌 수 있나’로 바꿔 버린다. 일부 주린이는 스스로 판단해보려고 주식투자 책도 몇 권 사고, 경제신문 기사도 검색하고, 유튜브도 챙겨본다. 하지만 이미 관심이 주식투자 방법이 아니라 유망 종목 찾기에 맞춰진 터라 분산투자, 장기투자는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물론 유망한 종목을 고르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다만 아무리 유망한 종목이라도 단기간에 화끈한 수익을 보려고 덤벼선 원하는 성과를 거두기 힘들다. 그래서 분산투자, 장기투자가 중요하다. 하지만 이 말이 나오면 ‘국영수 열심히 하라’처럼 느끼는 주린이가 많다.최근 한국경제신문 유튜브 ‘돈도썰(돈 불리는 데 도움 되는 썰)’ 인터뷰에 출연한 이동욱 키움증권 연구원은 중장기 투자 종목으로 SKC를 강력 추천했다. SKC 주가는 최근 몇 년간 4만~5만원대였다가 올 8월 장중 10만원을 넘은 뒤 7만원대까지 내려왔다. 이 연구원은 “SKC가 앞으로 보여줄 성과를 감안하면 최근 주가 조정은 오히려 매수 기회”라고 주장했다.이런 주장의 근거로 동박 사업과 반도체 소재 사업을 들었다. 동박은 전기차 배터리용 핵심 소재다. 올해 3조원인 동박 시장이 5년 뒤엔 11조원으로 성장할 텐데, SKC가 이 시장의 10%를 차지하면 연 매출 1조원에 영업이익 3000억원이 예상돼 주가수익비율(PER) 30배를 적용하면 시가총액은 9조원이 된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SK하이닉스를 발판으로 반도체 소재 사업을 키울 예정이라서 동박과 반도체 소재의 쌍끌이 성장이 기대된다고 주장했다.증권가의 중장기 투자 유망 종목은 비단 SKC만이 아니다.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합리적인 설명과 근거로 추천된 종목을 찾을 수 있다. 그런 종목들 몇 개를 추려 분산투자할 수 있다. 이렇게 분산투자 준비가 됐다면 다음은 장기투자다.장기투자라고 하면, 일단 묻어두고 신경 쓰지 않는 걸로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계좌를 자꾸 들여다보면서 일희일비하는 걸 경계하려는 의도일 텐데 그렇다고 아예 신경을 끄는 건 곤란하다. 동박 사업과 반도체 소재 사업의 성장에 기대를 걸고 SKC에 투자한다면, 경제신문 기사 등을 통해 전기차 배터리나 반도체산업 소식에 관심을 둬야 한다. 그래야 상황이 당초 예상과는 아예 딴 판으로 흘러갈 경우 어떻게 대응할지 판단할 수 있다.단기든, 장기든 그런 대응을 잘하는 게 중요한 거 아니냐고 물을 수 있다. 단기 투자로 그런 대응을 꾸준히 잘한다면 그 사람은 분명 엄청난 투자자일 것이다. 일반적인 투자자라면 단기 투자보다는 장기 투자에서 수익을 볼 확률이 높다. 그래서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같은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주식투자는 곧 시간을 사는 게임’이라고 강조한다.장경영 한경 생애설계센터장 longrun@hankyung.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팬데믹(대유행)은 아직 오지 않은 제4차 산업혁명의 실현을 5~10년 앞당길 것이다.”(정재승 KAIST 바이오 및 뇌공학과 교수)한국경제신문의 디지털 미디어 한경닷컴이 22일 온라인으로 개최한 ‘2020 한경 디지털 ABCD 포럼’에서 전문가들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생존방법으로 ‘공생’과 ‘적응’을 키워드로 제시했다. 이날 포럼은 ‘포스트 코로나, 진화하는 디지털 세상’을 주제로 열렸다. 4차 산업혁명의 근간인 ‘ABCD’, 즉 인공지능(AI)·블록체인·클라우드·빅데이터 관점에서 현재를 진단하고 나아갈 방향을 모색했다.기조강연을 맡은 정재승 교수는 “코로나19는 그동안 배달 앱을 써보지 않았던 사람들에게 앱을 설치하게 하고, 인터넷 쇼핑몰과 온라인 서점의 이용을 더 부추겼다”며 “팬데믹이 온라인 기반의 비즈니스 영역을 더 빠르게 확대시킴에 따라 3~5년 안에 상가 공실률 등의 문제가 큰 사회적 이슈로 떠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AI를 기반으로 한 비즈니스는 점점 더 없어서는 안 될 핵심 자산이 되겠지만, AI가 없앤 일자리 피해와 앞으로의 경쟁은 인간의 몫”이라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우리가 가장 고민해야 할 것은 인간과 AI의 화합과 공생 방안을 찾는 것”이라고 했다.카카오의 블록체인 기술 계열사인 그라운드X의 한재선 대표는 디지털 자산 생태계 대응을 강조했다. 그는 “디지털 시대에 웹과 인터넷이 생기면서 구글이 등장했고, 모바일 시대가 열리면서 카카오 같은 기업이 나왔다”며 “새로운 패러다임은 항상 새로운 주인공을 만들고 미리 준비한 곳들이 그 역할을 맡는다”고 했다.일하는 방식의 변화에도 빠르게 적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했다. 문성욱 SK텔레콤 CoE팀 리더는 “코로나19로 촉발된 ‘언택트(비대면)’의 상황에서 ‘온택트(온라인 대면)’라는 새로운 가치가 나온 것처럼, 익숙하지 않은 것에 남들보다 먼저 익숙해지고 적응해내는 것이 경쟁력이 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문 리더는 “변화를 받아들이고, 그곳에서부터 할 수 있는 것을 찾는 것만이 방법”이라고 조언했다.동영상 공유 플랫폼 틱톡의 배정현 이사는 “창작에 대한 인간의 욕구는 오히려 결핍된 상황에서 더 증가한다는 것을 틱톡이 보여줬다”며 “코로나19가 가져다준 공간에 대한 제약이 오히려 인간의 기본적 욕구 중 하나인 소통과 표현의 자유에 대한 갈망을 더 크게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송승재 라이프시맨틱스 대표는 “지금까지 불법으로 규정된 비대면 의료가 현장에서 사용되면서 의료 서비스를 소비하는 형태 자체가 바뀌고 있다”며 의료 서비스 솔루션 제품 등 디지털 치료 기기 관련 산업이 급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장우석 US스탁 본부장은 “AI, 블록체인, 클라우드,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업이 너무 많기 때문에 이를 하나의 펀드로 묶은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최재붕 성균관대 기계공학부 교수는 “향후 디지털 권력은 스마트폰을 원어민처럼 사용하는 소비자 손에서 나올 것”이라며 “K팝의 성공 사례에서 보듯 팬덤을 만드는 능력이 기업 생존의 잣대가 될 것”이라고 했다.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기업규제 3법이 시행되면 국내 기업에 대한 외국 헤지펀드의 경영 개입이 심해질 게 불 보듯 뻔합니다.”(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공정경제 3법은 재벌 총수 일가의 사익 편취를 막기에 역부족입니다. 오히려 규제를 더 강화해야 합니다.”(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한국경제신문사가 19일 연 공정경제 3법(기업규제 3법) 관련 웹세미나에선 시행 반대 측과 찬성 측 간 주장이 팽팽히 맞섰다. 찬성 측엔 박상인 교수와 문상일 인천대 법학부 교수가, 반대 측엔 최준선 명예교수와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가 토론자로 나섰다. 사회는 안현실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겸 전문위원이 맡았다. “자율성 위축” vs “너무 앞서간 걱정”공정경제 3법은 상법과 공정거래법 개정안, 금융그룹 통합감독법 제정안 등을 말한다. 각기 내용은 다르지만 국내 상장사, 특히 대기업 그룹 지배주주의 경영권에 대한 견제와 감독을 강화하자는 ‘공통분모’를 갖고 있다.토론의 1차 격전지는 상법 개정안이었다. 개정안은 △자산 총액 2조원 이상 상장사의 감사위원을 뽑을 때 대주주 의결권을 3% 이내로 제한하는 ‘감사위원 분리선출제’ 도입 △모회사 주주가 지분이 없는 자회사 배임 행위에도 소송을 제기할 수 있게 하는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등의 내용이 담겼다.최 명예교수는 “헤지펀드가 자신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사람을 감사위원으로 심어놓고 국내 기업의 기밀을 외부로 빼돌리는 등의 행위가 만연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전 교수도 “헤지펀드뿐 아니라 국민연금의 경영권 행사도 커질 것”이라며 “국민연금의 정치적 독립성이 확보돼 있지 않은 우리나라는 각종 부작용만 낳을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이에 대해 문 교수는 “너무 걱정이 앞서나갔다”고 반박했다. 금융회사의 경우 상법 개정안과 비슷한 취지의 제도를 이미 시행하고 있는데 헤지펀드의 경영권 위협 사례는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박 교수도 “헤지펀드가 기술 유출 등 범법 행위를 벌인다면 배임으로 엄격하게 처벌하면 될 일”이라고 했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냐 놓고도 설전공정거래법 개정안에선 공정거래위원회의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 확대가 도마에 올랐다. 개정안은 규제 대상 상장사를 ‘총수 일가가 30% 이상 지분 보유 회사’에서 20% 이상으로 넓히는 내용이 들어 있다. 전 교수는 “이 규제는 근본적으로 대기업의 사업 분야 확장을 막는 것인데 세계적 추세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에서도 마이크로소프트(MS)가 페이스북에 2억달러 이상 투자한 사례 등 대기업의 사업 확장이 활발하다”고 전했다.반면 박 교수는 “재벌의 경제력 집중을 막는 것은 시대적 과제”라고 반박했다. 그는 이어 “규제 대상 확대는 물론이고 제재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상법으로 옮겨야 한다”고 주장했다.공정경제 3법이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느냐를 놓고도 논쟁이 벌어졌다. 최 명예교수는 “감사위원 분리선출 같은 제도는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다”며 “공정거래법을 통해 경제력 집중을 규제하는 것도 한국에만 있는 특이한 제도”라고 주장했다. 이에 박 교수는 “국내 재벌기업의 지배구조 자체가 세계에서 찾을 수 없을 정도로 특이하다”며 “경제력 집중 규제는 일본이나 이스라엘 등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이날 웹세미나 동영상은 유튜브 한국경제 채널에서 볼 수 있다.서민준/구은서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