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늦게 남성 없이 운전한 탓"…곳곳에서 시위 '해당 경찰 사임 요구'
집단 성폭행이 여성 때문?…파키스탄 경찰 발언에 항의 확산
파키스탄 고위 경찰이 집단 성폭행 사건과 관련해 피해자에게 책임이 있다는 식으로 발언해 현지에서 항의 시위가 확산하는 등 후폭풍이 거세다.

12일 현지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 9일 밤 북동부 라호르 인근 고속도로에서 발생한 집단 성폭행 사건 관련 용의자 15명을 체포했다.

경찰에 따르면 피해 여성은 두 아이를 차에 태우고 해당 도로를 운전했다.

마침 기름이 떨어졌고 여성은 친척과 고속도로 순찰대에 전화해 도움을 요청했다.

하지만 이들이 도착하기 전 남성 2명이 차로 다가왔다.

남성들은 차 유리를 부수고 여성을 끌어낸 뒤 아이들 앞에서 집단 강간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사건 자체도 충격적이었지만 이에 대해 라호르 경찰청장인 우마르 셰이크가 한 발언에 여론이 크게 들끓었다.

셰이크 청장은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피해자는 남성 보호자 없이 밤에 운전했다"며 "파키스탄 사회에서는 누구도 여동생이나 딸을 그렇게 늦은 밤에 혼자 다니게 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그는 "피해 여성은 프랑스 거주자인데 파키스탄이 프랑스처럼 안전하다고 잘못 여긴 것 같다"면서 "그 여성은 다른 도로를 택해 운전했어야 했고 차의 기름도 체크해야 했다"고 덧붙였다.

집단 성폭행이 여성 때문?…파키스탄 경찰 발언에 항의 확산
이런 발언이 공개되자 셰이크 청장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빗발쳤다.

시린 마자리 인권부 장관은 "어떤 것도 성폭행 범죄를 합리화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배우 만샤 파샤도 자신의 트위터에 "첫 번째 범죄는 강간범에 의해 발생했고, 두 번째 범죄는 그 여성을 탓하는 이들에 의해 저질러졌다"고 지적했다.

이슬라마바드, 라호르, 카라치 등 주요 도시에서는 셰이크 청장의 사임과 사과를 요구하는 시위도 발생했다.

시위대는 이달 초 남부 카라치에서 5세 여아가 성폭행당한 뒤 피살된 사건 등도 거론하며 성범죄 근절을 요구했다.

이에 임란 칸 파키스탄 총리는 "여성과 어린이에 대한 성폭행 사건 증가와 관련해 처벌 법규를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