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그리스, 오스만 식민지배 이후 수백년 '견원지간'
키프로스 섬 인근 동지중해 석유·가스 대량 매장
EEZ·천연자원 개발 두고 갈등 심화

'500년 앙숙' 터키·그리스 강대강 대치…달아오르는 동지중해
동지중해 천연가스 자원을 두고 대치 중인 터키와 그리스 간 긴장이 갈수록 고조하는 모습이다.

터키 외교부는 27일(현지시간) 그리스·프랑스·이탈리아·키프로스공화국의 동지중해 합동 해군 훈련에 대해 "동지중해에서 터키와 북키프로스 튀르크 공화국(북키프로스)을 배제하려는 모든 계획은 좌절하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외교부는 특히 프랑스가 키프로스공화국(키프로스)에 전투기를 배치한 데 대해 "프랑스는 동지중해 긴장 조성의 주범인 그리스·키프로스를 부추기고 있다"고 비난했다.

에르신 타타르 북키프로스 총리도 "그리스·프랑스·이탈리아·북키프로스의 동지중해 합동 훈련은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타타르 총리는 "이 훈련은 잘못됐고 국제법에 위배된다"며 "이탈리아와 프랑스가 지리적으로 어디 있는지 보라. 어떻게 그들이 이곳에 와서 훈련하고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가"라고 비판했다.

동지중해의 섬나라 키프로스는 1960년 영국에서 독립했으며 이후 친(親)그리스 장교들이 쿠데타를 일으키자 터키군이 섬 북부를 점령해 키프로스와 북키프로스로 분단됐다.

국제법으로는 그리스계 주민이 대다수인 키프로스만 정식국가로 인정받지만, 터키는 친(親) 터키계 정부가 들어선 북키프로스를 인정하고 보호국 역할을 하고 있다.

키프로스와 그리스·프랑스·이탈리아는 26일부터 28일까지 동지중해에서 합동 해군 훈련에 돌입했다.

특히, 프랑스는 라팔 전투기를 키프로스에 배치하고 공격헬기를 탑재한 강습상륙함 토네르를 합동훈련에 투입했다.

앞서 터키 역시 25일부터 동지중해에서 해군 훈련을 실시하면서 터키·북키프로스와 그리스·키프로스·프랑스·이탈리아가 동지중해에서 세 대결을 벌이는 양상이다.

'500년 앙숙' 터키·그리스 강대강 대치…달아오르는 동지중해
◇ 오스만 지배로 시작된 악연…에게해 섬이 불씨
터키·북키프로스와 그리스·키프로스는 역사·문화적 차원을 넘어 군사·경제적으로도 강하게 대립하고 있다.

터키와 그리스는 15세기 말 그리스가 터키의 전신인 오스만 제국에 점령당한 이후 수백 년간 앙숙 관계를 이어왔다.

약 400년간의 독립 투쟁 끝에 그리스는 19세기 초 오스만 제국에서 독립했으며,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오스만 제국이 쇠락하자 오히려 오스만 제국의 본토로 진격하기에 이른다.

결국 오스만 제국은 내우외환이 겹치면서 멸망했지만, 터키인은 훗날 국부로 불리는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의 지도로 그리스를 포함한 외세를 몰아내고 공화국 수립에 성공했다.

그 결과로 체결된 1923년 로잔 조약에 따라 이스탄불 인근 동트라키아 지역은 터키 영토가 됐으나, 터키와 그리스 사이 바다인 에게해(海)의 섬은 대부분 그리스 영토에 속하게 됐다.

그러나 조약 체결 당시에는 큰 문제가 아니었던 에게해의 섬들이 시간이 흐르면서 불화의 씨앗이 됐다.

터키에서 맨눈으로 확인 가능한 섬까지 그리스 영토가 되면서 양국은 배타적 경제수역(EEZ) 문제로 수십 년째 갈등을 빚게 됐다.

그리스는 자국의 영토인 에게해의 섬을 포함해 EEZ를 선포한 반면, 터키는 자국의 본토와 연결된 대륙붕까지 터키의 EEZ에 포함된다고 주장한다.

특히, 터키가 집중적으로 거론하고 있는 카스텔로리조 섬은 터키 해안에서 2㎞가량 떨어진 반면, 그리스 본토에서는 약 580㎞ 거리에 있다.

차아타이 에르지에스 터키 외교부 국장은 "그리스는 넓이 10㎢에 불과한 카스텔로리조를 이유로 4만㎢에 달하는 해양 관할권을 주장하고 있다"며 "이는 국제법과 양립할 수 없으며 형평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비판했다.

'500년 앙숙' 터키·그리스 강대강 대치…달아오르는 동지중해
◇ 터키·그리스 EEZ 분쟁 외교전으로 비화
터키와 그리스의 EEZ 분쟁은 타국과의 외교 문제로도 비화했다.

터키는 지난해 11월 내전 중인 리비아통합정부(GNA)와 양국 간 EEZ 경계를 확정하는 수역협정을 체결했다.

GNA는 수도 트리폴리를 포함한 리비아 서부를 통제하고 있으며 동부의 군벌 세력인 리비아국민군(LNA)과 내전 중이다.

터키는 자국의 집권당인 정의개발당(AKP)과 같이 이슬람주의를 표방하는 GNA를 지원해왔다.

터키와 GNA가 합의한 EEZ의 경계는 그리스가 주장하는 EEZ를 침범한 것으로 그리스의 강한 반발을 샀다.

그리스는 터키-GNA 수역협정과 관련해 "터키와 리비아 사이에 있는 그리스 영토인 크레타 섬의 존재를 무시한 것"이라며 "터무니없다"고 비판했다.

그리스는 리비아 내전에서 LNA를 지원하는 이집트와 EEZ 협정을 체결하며 반격에 나섰다.

그리스와 이집트는 지난 6일 양국 간 EEZ 경계 확정에 합의했다.

양국이 합의한 EEZ는 터키-GAN가 합의한 EEZ 수역과 겹친다.

양국은 이번 합의로 터키-GNA의 EEZ 효력이 소멸했다고 주장했으나 터키는 "인정할 수 없다"며 반발했다.

'500년 앙숙' 터키·그리스 강대강 대치…달아오르는 동지중해
◇ 동지중해 대규모 석유·천연가스 매장…자원분쟁 불 붙어
2010년 미국의 지질조사 결과 터키·북키프로스와 그리스·키프로스·프랑스·이탈리아가 대치 중인 동지중해 유역에는 17억 배럴의 석유와 122조 큐빅피트(cf)의 천연가스가 매장된 것으로 나타났다.

키프로스는 프랑스 토털(TOTLA), 이탈리아 이엔아이(ENI) 등 다국적 에너지 기업과 함께 연안 자원 개발에 착수했다.

그러자 터키는 북키프로스 역시 키프로스 섬 인근 대륙붕 자원에 동등한 권리가 있다며 키프로스 수역에 시추선을 투입했다.

이에 그리스·키프로스는 강하게 반발했으며, 키프로스는 지난 해 말 터키를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했다.

여기에 키프로스 정부로부터 해당 해역에서 시추 허가를 받은 프랑스·이탈리아도 그리스·키프로스 손을 들고 나섰다.

특히 리비아에서도 터키와 대척점에 선 프랑스가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GNA를 지원하는 터키와 달리 리비아 동부에 석유 시설을 보유한 프랑스는 이 지역을 장악한 LNA를 돕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지난해 거친 설전을 주고받기도 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인 터키가 시리아 쿠르드족을 공격하자 "현재 우리는 나토의 뇌사를 경험하고 있다"며 나토 내부 갈등을 유발하는 터키를 비판했다.

그러나 에르도안 대통령은 마크롱 대통령을 지칭하면서 "먼저 당신부터 뇌사가 아닌지 확인하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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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