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단지 리더십이 필요할 뿐입니다. 우리를 다시 하나로 모을 정직한 리더십 말입니다. 그게 바로 조(바이든)입니다.”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조 바이든의 43년 동반자 질 바이든이 전당대회 이틀째인 18일(현지시간) 마지막 연사로 나와 바이든 지지를 호소했다. 질은 1990년대 초 자신이 영어를 가르쳤던 델라웨어주 윌밍턴의 브랜디와인 고등학교에서 바이든의 아픈 가족사 극복 경험을 소개하며 “우리가 짊어진 짐은 무겁고 우리는 강한 어깨를 가진 누군가가 필요하다”고 했다.

바이든은 29세 때 델라웨어주 상원의원에 당선된 지 한 달 만에 교통사고로 아내와 13개월 된 딸을 잃었고 2015년엔 장남 보가 암 투명 끝에 사망하는 등 애절한 가족사를 갖고 있다. 질은 큰 슬픔에 빠졌지만 바이든은 보의 장례식 나흘 뒤 면도를 하고 양복을 입고 다시 세상으로 나아갔다고 했다.

또 “우리는 우리를 다시 하나로 모으고 팬데믹(대유행)을 극복할 정직한 리더십, 우리나라가 무엇이 될지 다시 상상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며 바이든이 코로나19에 따른 희생자와 실업 등으로 실의에 빠진 미국인들의 슬픔을 다독이고 다시 일으켜 세울 적임자임을 강조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질 바이든은 텅 빈 교실에서 올해 (미국이) 잃어버린 모든 것을 보여줬다”며 “바이든이 망가진 가족을 온전하게 만들었듯이 이 나라를 고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에 앞서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찬조 연설에서 “대통령 직무실은 지휘센터가 돼야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책임을 부정하고 전가하고 결코 책임지지 않는다”고 성토했다. 그러면서 “11월 대선은 우리 문제를 해결할 리더를 고용하는 가장 중요한 면접이며, 계약을 갱신할지 다른 사람을 고용할지 결정해야 한다”며 “우리의 선택은 바이든”이라고 강조했다.

공화당 거물로 조지 W 부시(아들 부시) 행정부에서 흑인 최초로 국무장관을 지낸 콜린 파월도 찬조 연설자로 나와 “바이든은 우리 모두가 자랑스럽게 경례할 대통령이 될 것”이라며 지지를 선언했다. 파월은 “미국의 리더십과 도덕적 권위를 되살릴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이날 주별 대의원 선거 결과를 반영하는 롤콜(roll call·호명투표)을 통해 바이든을 민주당의 46대 대통령 후보로 공식 지명했다. 화상으로 진행된 민주당 전당대회는 시청률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블룸버그통신은 민주당 전당대회 첫날인 지난 17일 시청자 수가 1880만 명으로, 4년 전보다 27% 감소했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바이든이 불륜을 저질러 질을 만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영국 데일리메일 보도에 따르면 자신을 질의 전 남편이라고 소개한 빌 스티븐슨은 “그 둘이 미팅에서 만났다는 얘기는 날조된 것”이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바이든은 첫째 부인과 사별한 뒤 1975년 미팅에서 질을 만났다고 소개해왔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