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욱 C 컴퍼니 대표 "신선한 아이디어로 중국인 마음 꿰뚫어야"
韓기업·갤러리 철수 속 798서 차별화 시도…신개념 셀프 스튜디오
[차이나통통] 코로나도 이겨낸 한국인의 中예술메카 '798' 도전기
"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THAAD·사드) 사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속에서도 꿋꿋이 버텨냈죠."
중국 수도 베이징(北京)의 핫플레이스이자 문화 예술의 메카인 '798 예술지구'.
이곳에 한국인 아티스트가 10년 넘게 꿋꿋이 자리를 지키며 한국 문화 전도사로 나서 주목받고 있다.

그 주인공은 사진작가인 김동욱(49) C 컴퍼니 대표다.

디자인하우스의 사진기자로 시작해 '필름 2.0', '맨즈헬스' 등 다양한 매체의 작업 스튜디오를 운영하며 안정적인 삶은 보내던 그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베이징의 모습을 담고자 개인 작업 여행을 왔다가 중국과 인연을 맺게 됐다.

과거 군수공장이었으나 젊은 신진 작가들이 모여져 만들어진 798의 역동적인 에너지와 문화에 대한 열정에 반해 여기에 자리 잡게 됐다고 한다.

[차이나통통] 코로나도 이겨낸 한국인의 中예술메카 '798' 도전기
2008년 798에 330㎡ 규모의 갤러리 '스페이스 눈'을 개관한 뒤 한국 사진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해 가치를 창출하는 데 앞장섰으나 갤러리 폐관 등의 시련이 닥쳤다.

당시 우리나라의 많은 기업과 재단, 갤러리들도 798이 베이징의 예술 중심지로 떠오르자 중국 내 한류에 편승해 대거 진출했으나 2008년 금융위기와 2016년 사드 사태를 맞으며 대부분 철수했다.

한국인으로는 거의 홀로 남은 한 김동욱 대표는 포기하지 않았다.

798에 3층 규모의 크리에이티브 부티크인 'C 컴퍼니'를 만들어 영화 포스터, 기업 광고를 기획하고 디자인하는 일에 착수했다.

그의 이런 노력은 중국 영화업계의 주목을 받아 한중 합작영화 '이별 계약'을 시작으로 화이브라더스, 보나필름 등 중국 메이저 제작사와 협업해 연이은 성과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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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소문은 빨라서 중국 내 영화 및 광고업계의 프로젝트 제의가 이어졌고 2012년에는 중국 광고 어워드에서 수상했다.

김 대표는 "가장 잘하는 것부터 다시 시작하자는 생각으로 만들었죠. 영화 포스터 촬영, 기획, 디자인에 관해 전반적인 과정을 관할하며 차별화를 모색했더니 길이 열렸습니다"라고 회상했다.

하지만 사드 여파에서 벗어나지는 못했다.

당시 우리나라 고객의 비중이 높았고 영화 등 엔터테인먼트 관련 일을 많이 했는데 사드 사태로 한중 관계가 경색되고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령)이 퍼지면서 한류 스타 촬영 건을 포함해 프로젝트가 대거 무산됐기 때문이다.

한류 스타를 모델로 기용한 중국 브랜드들은 중국 배우로 대체했고 스태프 또한 중국인들로 교체되면서 김 대표가 비집고 들어갈 자리가 사라졌다.

이에 '융화된 디자인'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2015년 중국 유명 여배우 탕웨이와 진행한 오리온 광고에서 한국, 중국, 홍콩, 대만의 크리에이터가 공동 작업하는 '아시아 디자인의 융합'으로 위기를 탈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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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힘든 상황에서도 최근에는 기업형 비즈니스에서 소비자에 직접 접근하는 비즈니스를 시도하고 있다.

일종의 셀프 사진관으로 25㎥의 크기의 전문 스튜디오를 여러 개 만들어 전문작가가 쓰는 카메라를 고객들이 무선으로 자동 조정해 고품질의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저렴한 가격으로 본인이 스타가 된 듯한 기분을 느끼며 촬영할 수 있어 중국 내 호응이 좋아 체인 사업도 구상 중이라고 한다.

김 대표는 "한국에서 왔다는 것을 내세우며 수익을 내는 모델은 이미 중국에서 끝났다고 생각해요.

신선한 아이디어로 중국인들의 속마음을 꿰뚫는 사업만이 통할 수 있는 시대라 다양한 도전으로 798을 지킬 겁니다"라고 다부진 각오를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