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의 세계 중국 포위망 구축 작업에 호주에 이어 유럽연합(EU)도 동참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EU가 28일(현지시간) 홍콩에 대한 중국 본토의 처우를 문제삼아 중국에 제재 조치를 취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EU의 제재에는 중국에 대한 수출 제한, 범죄인 인도조약 재고, 홍콩 주민의 입국비자 완화, 정치적 망명 활성화 등이 포함됐다. EU는 필요에 따라 올해 말 추가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 미·중 간 갈등에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의견이 강했던 EU의 태도 변화가 읽힌다.

EU는 개별 회원국의 대중(對中) 이해관계가 달랐으며 중국의 공격적 외교로 중국발 가짜뉴스에 대한 일관된 입장을 채택하는 데에도 어려움을 겪어왔다. 미·중 간 대결에 끌려들어가고 싶지 않다는 정서도 강했다. 홍콩 문제를 계기로 EU가 미국 측에 급속도로 가까워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중국은 EU의 이번 제재가 내정 간섭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왕원빈(汪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9일 정례 브리핑에서 “홍콩은 중국의 특별행정구이고, 홍콩 사무는 중국 내정에 속한다”며 “어떤 국가와 조직도 홍콩 사무에 간섭할 권리가 없고, EU의 제재는 다른 국가의 내정에 간섭하지 않는다는 국제관계 기본 준칙에 위배된다”고 비판했다. 왕 대변인은 “중국은 이번 제재에 강력히 반대한다”며 “이미 EU 측에 공식적으로 항의했다”고 강조했다.

미국과 호주 양국은 2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양국의 외교·국방장관이 참석한 2+2 회담을 개최한 뒤 발표한 성명에서 홍콩과 위구르 문제에 심각한 우려를 나타냈으며 남중국해를 둘러싼 중국의 해양권익 주장은 국제법에서 무효라고 밝혔다. 명확한 대중 비판이 없었던 2019년 양국의 공동성명과 다른 모습을 보였다.

오춘호 선임기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