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등 유럽연합(EU) 국가들이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 사용 금지 전선에 속속 합류할 움직임을 보이자 중국이 반격을 준비하고 있다.

2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중국 상무부는 5세대(5G) 이동통신망 사업에서 화웨이를 배제하려는 EU 움직임에 대응해 유럽 통신장비 업체인 노키아와 에릭슨이 중국 내에서 생산한 제품을 다른 국가로 수출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제 도입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세계 각국은 미국이 주도하는 반(反)화웨이 전선에 잇따라 동참하고 있다. 영국은 올해 말부터 화웨이 5G 네트워크 장비 매입을 전면 금지하고 이미 들여온 화웨이 장비도 2027년까지 모두 철수시키기로 결정했다. 캐나다와 뉴질랜드도 화웨이 장비 배제 방안을 논의 중이다. 싱가포르의 주요 통신기업은 최근 화웨이 대신 에릭슨과 노키아 장비를 선택했다.

아직까지 EU 차원에서 화웨이 배제를 공식화하지는 않았다. EU는 지난 1월 5G 사이버보안 권고를 통해 회원국이 자발적으로 각국 내 통신망에서 화웨이에 얼마나 시장을 개방할지 정할 것을 제안했다. 중국의 보복 메시지는 27개 EU 회원국이 이 권고에 따라 어느 정도 수준의 규제에 나설지 구체적인 방안이 담긴 보고서 발표를 앞두고 나왔다.

중국의 보복 가능성에 노키아는 이미 내부적으로 공급망을 재검토하고 생산시설을 옮기기 위한 비상 계획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회사는 중국 내 생산시설을 아시아나 유럽, 북미 등으로 이전해 규제에 대응할 수 있다고 WSJ는 전했다. 노키아는 홍콩과 대만을 포함한 중화권에 공장 한 곳과 1만6000명의 직원을 두고 있다. 에릭슨은 중국에 제조시설 한 곳과 다수의 연구개발 설비를 갖추고 있으며 한국, 일본 등 동북아 지역에서 1만4000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다.

한편 미국 상무부는 신장위구르자치구 소수민족 인권 침해에 연루된 11개 중국 기업을 제재 대상에 올렸다.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은 이날 성명을 통해 “신장위구르의 소수민족을 탄압하고 강제 노동, 강제 집단 구금, 생체정보 무단 수집 등으로 이들의 인권을 침해한 중국 기업 11곳을 제재하겠다”고 밝혔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