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리 람 행정장관·테레사 청 법무장관·크리스 탕 경무처장 등 거론
9월 선거 야권후보 자격 박탈도 제재 가능성…람 장관 "美 위협 두렵지 않아"
트럼프 행정명령으로 제재받는 홍콩 고위 관료 누가 될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홍콩 민주화를 약화하는 이들을 제재하는 내용 등을 담은 '홍콩 정상화를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그 제재 대상이 누가 될지에 관심이 쏠린다.

17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홍콩 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예상보다 강한 내용을 담고 있어 홍콩의 고위급 관료들이 긴장하고 있다는 얘기가 돌고 있다.

행정명령은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제정에 관여하거나, 홍콩의 민주주의를 저해하는 개인이나 단체에 대한 전방위 제재를 명시했다.

미국 국무부나 재무부는 이들 개인이나 단체의 미국 내 자산을 동결할 수 있게 된다.

그 대상은 ▲홍콩보안법 도입, 채택, 발전과 관련되거나 책임 있는 자 ▲홍콩보안법 하에서 개인의 체포, 구금, 억류에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자 ▲홍콩의 민주화 절차나 민주화 기관에 해가 되는 행동이나 정책을 수립한 자 ▲홍콩인의 집회 및 표현의 자유 행사를 금지·제한·처벌하는 등 검열 및 기타 활동과 관련이 있는 자 등이다.

친중파 의원 레지나 입(葉劉淑儀)은 "행정명령의 대상이 매우 광범위해 홍콩 관료들은 걱정할 이유가 충분하다"며 "미국에 자녀를 유학 보냈거나, 미국 내 친척을 방문하는 사람 등은 두려움에 떨 수 있다"고 말했다.

빈과일보 등 홍콩 언론은 캐리 람(林鄭月娥) 행정장관을 비롯해 지난해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 때부터 시위대에 강경한 목소리를 내온 홍콩 정부의 고위 관료들이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시위대에 대한 강경 진압을 주도한 경찰 총수인 크리스 탕 경무처장, 시위대를 비난하고 홍콩보안법을 옹호하는 데 앞장선 테레사 청 법무장관, 존 리 보안장관 등이 그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홍콩보안법 위반자를 체포하는 데 도움이 되는 정보를 제공하는 사람에게 100만 홍콩달러(약 1억5천만원)의 현상금을 주겠다고 밝힌 렁춘잉(梁振英) 전 행정장관 등도 제재 대상으로 거론된다.

트럼프 행정명령으로 제재받는 홍콩 고위 관료 누가 될까
홍콩보안법의 본격적인 시행으로 앞으로 미국의 제재 대상이 될 홍콩 관료의 수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레지나 입 의원은 "오는 입법회 선거에서 (야권에 대한) 후보 자격 박탈에 관여하는 관료도 미국의 제재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홍콩보안법 35조는 이 법 위반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이 선거에 출마하는 것을 금지하며, 의원이나 공무원 등이 유죄 판결을 받을 경우 즉시 공직에서 쫓겨나도록 규정했다.

이에 따라 홍콩의 민주파 진영은 오는 9월 입법회 선거에 출마하는 야권 후보의 선거 공약이나 유세 활동에 대해 홍콩 정부가 "홍콩보안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하며 그 후보 자격을 박탈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친중파 진영은 미국의 제재 가능성에 애써 의연한 태도를 보였다.

캐리 람 행정장관은 "나는 (미국의 제재 위협에 대해) 어떠한 두려움도 없다"며 "나는 미국에 자산을 보유하고 있지 않으며, 미국 정부가 나에게 비자를 발급하지 않으면 미국에 가지 않으면 그만"이라고 말했다.

SCMP는 람 장관과 16명의 홍콩 정부 각료들은 미국 내 자산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고 전했다.

다만 행정장관 자문회의인 행정회의의 버나드 찬 의장이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으며, 행정회의 일원인 로라 찬도 미국 내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친중파 진영에 속하는 의원 중에서는 폴 체 의원이 라스베이거스에 6건의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으며, 홍콩보안법을 제정한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홍콩 대표인 마이클 톈 의원도 미국에 부동산을 갖고 있다고 SCMP는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