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동남부에 3천500가구 주거·상업 단지 건설
홍콩인 영국 이주 돕나…리카싱 '런던 프로젝트' 승인받아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을 놓고 중국과 영국의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홍콩 최대 갑부가 런던에서 추진하는 대규모 부동산 프로젝트가 주목을 받고 있다.

16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최근 영국 당국은 홍콩 최대 갑부인 리카싱(李嘉誠)이 세운 CK애셋홀딩스가 추진하는 런던 동남부 뎃퍼드 지역의 부동산 프로젝트를 승인했다.

16.6㏊ 면적의 부지에 3천500가구 규모의 주택과 호텔, 점포, 식당 등을 짓는 이 프로젝트에는 총 10억 파운드(약 1조5천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될 전망이다.

지난 2005년 이 부지를 사들인 CK애셋홀딩스는 그동안 수차례 개발계획을 제출했으나, 지자체 등의 반대에 부닥쳐 승인을 얻지 못했다.

일부에서는 홍콩보안법을 놓고 영국과 중국의 갈등이 심해지는 시점에 이 프로젝트가 승인을 받았다는 점에 주목한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이달부터 시행된 홍콩보안법에 우려를 나타내면서 과거 영국해외시민(British National Overseas·BNO) 여권을 가졌던 모든 홍콩인에 대한 시민권 부여와 영국 정착 등을 돕겠다는 뜻을 밝혔다.

홍콩보안법은 외국 세력과 결탁, 국가 분열, 국가정권 전복, 테러리즘 행위 등을 금지·처벌하고, 홍콩 내에 이를 집행할 기관을 설치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홍콩 최고 갑부가 추진하는 대규모 부동산 프로젝트가 런던에서 추진되자 이것이 '헥시트'(Hexit·Hong Kong+Exit)로 불리는 홍콩인의 해외 이주를 돕지 않겠느냐는 분석이 나온다.

홍콩 부동산 컨설팅업체의 임원인 빈센트 청은 "BNO 소지자에 대한 권리 확대가 이뤄지는 시점에서 더 많은 홍콩인이 영국으로 향하게 될 것"이라며 "이들은 낯익은 이름인 'CK애셋'이 추진하는 부동산 프로젝트에 끌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더 많은 홍콩의 부동산 개발업체들이 영국으로 향하는 홍콩인을 겨냥해 영국에서 부동산 프로젝트를 추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 광둥성 태생으로 12살 때 부모를 따라 홍콩에 온 리카싱은 1950년 청쿵공업을 세운 후 항만, 통신, 소매, 부동산, 에너지 등 전방위로 사업을 확장해 아시아 최대 재벌 그룹 중 하나를 건설했다.

2000년대 들어서는 중국 내 자산을 줄이고, 영국과 호주, 캐나다 등에서 새로운 투자를 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로 인해 중국 언론에서 본토 투자를 포기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으며, '비애국적 자본가'로 몰리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