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 보도…"트럼프, 강자에게 약하고 동맹은 모욕"

"푸틴에 인정받으려 아부하는 모습…에르도안은 우회로 뚫어 트럼프 접촉"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그동안 외국 정상과 통화 때 준비되지 못한 채 '강자'에게 압도당하고 동맹을 모욕하는 등 국가 안보를 위험에 노출시켰다고 CNN방송이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CNN은 백악관과 정보당국자들을 4개월에 걸쳐 취재했다며 러시아, 독일, 터키 등 주요국 정상과 통화 내용을 이들의 입을 빌려 전했다.
"트럼프, 메르켈과 통화때 '어리석다'…메이에겐 '바보' 비난"

취재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시간이 지나도 외국 정상과 통화 때 좀더 능숙해졌다는 증거가 거의 없고, 국익보다는 자신의 어젠다에 더 맞춘 목표를 추구했다고 비판했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핵심 동맹국의 지도자와 통화 때 불만을 쏟아냈다며, 특히 여성 지도자를 공격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통화 때 메르켈 총리가 어리석다면서 러시아의 호주머니 속에 있다고 비난했다.

독일은 이후 이 통화가 너무 비정상적이라고 판단해 내용을 볼 수 있는 당국자를 축소하는 등 특별 조치를 취할 정도였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테리사 메이 전 영국 총리에게는 브렉시트와 이민 문제 등을 놓고 '바보', '줏대가 없다'고 공격한 것으로 알려졌다.

메르켈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을 마이동풍으로 여기며 침착함을 유지했지만, 메이 전 총리는 불안해했다고 CNN은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두 번째로 많은 통화를 한 지도자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기후변화나 이란핵합의 등 미국이 탈퇴한 협약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을 바꾸려 했지만 별다른 성과가 없었다고 한다.

대신 트럼프 대통령은 마크롱 대통령의 연속된 요구에 짜증내면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의 국방비 지출 목표 달성 실패, 이민 정책, 무역불균형에 관해 장광설을 늘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메르켈과 통화때 '어리석다'…메이에겐 '바보' 비난"

CNN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등 이른바 '강자'와의 통화 때는 트럼프 대통령이 거의 준비되지 않아 오히려 이용당하는 모습을 보여줬다고 묘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과 통화 때 미국의 전임 대통령을 조롱하고 자신의 업적을 자랑하는가 하면, 모스크바에서 미스 유니버스 선발대회를 개최한 경험을 언급하고 푸틴 대통령의 승인을 얻기 위해 아부하는 것처럼 과도한 용어로 말했다는 게 참모들의 전언이다.

한 소식통은 푸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을 압도했다면서 푸틴 대통령을 체스에서 최고 수준의 선수인 '그랜드 마스터', 트럼프 대통령을 체커 게임의 임시 선수로 비유했다.

참모들은 푸틴 대통령의 승인을 얻으려는 듯한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 때문에 매우 놀랐고, 이런 행동이 쇠퇴하는 권력인 러시아에 생명줄을 제공했다고 비판적 태도를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자주 통화한 이는 에르도안 대통령이다.

일부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의 시리아 내 미군 철수 결정이 러시아와 터키에 이득을 줬다며 에르도안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접촉하기 위해 공식 절차가 아닌 우회로를 이용해 참모들이 걱정했다고 전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어떤 때는 트럼프 대통령이 골프를 칠 때 전화 통화를 할 정도여서 터키가 트럼프 대통령의 일정과 행선지 정보를 이용하고 있다고 확신할 수준이었다는 것이다.
"트럼프, 메르켈과 통화때 '어리석다'…메이에겐 '바보' 비난"

CNN은 가족의 의견도 트럼프 대통령의 접근법을 부채질했다고 지적했다.

푸틴 대통령과 통화가 끝난 후 한 참모가 푸틴 대통령의 통화 목적에 대해 설명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제지한 뒤 옆에서 훌륭한 통화를 했다고 축하하던 이방카 트럼프 부부와 계속 상의했다는 것이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포함한 정상들에게 자신의 부와 천재성, 업적을 자랑하면서 전임 미국 대통령들의 저능함을 비난했다고도 전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직접 통화했다고 알려진 사실이 없음을 고려할 때 CNN 보도가 과거 북미 정상회담 때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인지 등 출처는 명확지 않다.

소식통들은 일부 통화 내용이 통탄할 정도로 혐오스러워 의회가 이 내용을 본다면 공화당 고위층이라도 하더라도 더는 트럼프 대통령을 신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CNN은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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